[And 건강] “수술 성공률 90%… 당뇨발, 다리 절단 않고 치료합니다”
‘천공지피판술’전문가…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근육은 안 건드려… 기술·시간 필요
허벅지·옆구리·사타구니 서 떼내
수술 2~3주 안 회복… 생착률 100%
혈류 미확보·혈관 없을 땐 불가능
이식 후 3개월마다 상담 등 신경 써야
이모(45)씨는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그는 다리를 살리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고 절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수소문 끝에 '천공지피판술'이라는 하지 재건 치료를 받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 재건 전문가인 김연환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이씨 사례에 대해 14일 "과거엔 다리에 심각한 결손이 발생하면 절단이 흔한 선택이었다. 절단 후 의족을 사용하면 비교적 빠른 회복이 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엔 미세 재건 수술의 성공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다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자신의 옆구리나 허벅지의 피부 및 피하 지방만 정교하게 떼어내 이식하는 천공지피판술 같은 고도화된 기술 덕분에 결손 부위를 효과적으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천공지피판술의 성공률은 90% 이상이며 기능·미용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면서 “특히 당뇨 합병증인 당뇨발(족부 궤양)의 경우 절단보다 재건 수술을 통해 다리를 보존하는 것이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에 더 이롭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년간 영국 로열런던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를 마치고 최근 돌아온 김 교수에게 하지 재건 수술에 대해 들어봤다.
-하지 재건술은 어떨 때 필요한가.
“사고나 암(피부암·육종 등), 심각한 감염(당뇨발 등)으로 다리의 피부나 근육·인대 등 연부 조직이 손상됐을 때 시행하는 수술이다.
심각한 결손 부위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로 ‘유리피판술’이 사용되는데, 그 중 천공지피판술이 가장 발전된 기술이다.”
-고난도 수술인 이유는.
“예전엔 피부는 물론 근육까지 두껍게 덩어리째로 떼어내 이식했다. 그러다 보니 떼어낸 부위의 근육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옮겨다 붙인 부위는 불룩 튀어나와 환자가 불편을 느끼거나 미용상으로 안 좋은 측면이 있었다.
10여년 전부터는 근육을 건드리지 않고 피부와 피하 지방 일부만 아주 얇게 떼서 예쁘게 이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천공지피판술의 경우 특히 이식에 필요한 혈관 확보가 중요한데, 근육 속에 파고든 혈관을 하나하나 벗겨내야 해 미세한 기술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공여 부위는 어디인가.
“허벅지와 옆구리, 사타구니에서 떼어낸다. 허벅지 쪽 이식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다. 관련 연구 논문이 3000편 정도 나와 있다.
국내에서 다리 재건 분야 유리피판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10곳 안팎이다. 그 가운데 옆구리를 활용하는 곳은 한양대병원을 포함한 1~2개 기관에 불과하다.”
-어떤 환자들이 대상이고 수술의 효과는 어떠한가.
“올해 국제 학술지 성형연감(Annal of plastic surgery)에 발표한 연구 논문이 있다. 2020~2022년 옆구리 유리피판술을 받은 284례 가운데 다리 재건을 위한 천공지피판술 80례를 분석한 결과, 당뇨발이 29례로 가장 많았고 외상(22례), 사고 후 결손 변형(20례), 수술 후 합병증 재건(6례), 종양 수술 후 재건(3례) 순이었다. 당뇨발과 외상이 주를 이룬다. 수술 시간은 약 2시간30분으로 이전(평균 8~10시간) 보다 앞당겨졌다. 수술 기법과 장비의 발전으로 환자들 회복 속도가 크게 개선됐다. 보통 수술 후 2~3주 안에 회복된다. 이식 부위 생착률은 100%에 달했고 부분 괴사한 경우가 일부 있었으나 상처 치료를 통해 모두 잘 나았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리를 살리면 환자 삶의 질과 기대 수명이 절단한 경우보다 더 긍정적이라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 재건 수술 분야에선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영국과 미국은 아직도 절단 비율이 더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가.
“그렇진 않다. 수술 전에 다리 부위 혈관 상태를 면밀하게 검사해 이식할 조직을 연결할 적절한 혈관이 있어야 수술할 수 있다. CT 혈관 촬영조영술 같은 검사를 통해 혈류 상태를 확인한다. 만약 혈관이 손상됐거나 당뇨로 심한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엔 먼저 혈관 우회술이나 스텐트 시술을 통해 혈류를 확보한 다음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혈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거나 연결할 혈관이 없으면 안타깝게도 절단 수술을 선택해야 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당뇨발 환자의 10~20%는 상태가 아주 심각해 이식 시도조차 못 한다.”
-수술 후 주의할 점은.
“당뇨발로 하지 재건술을 받았다는 것은 자기 몸의 혈관에 위험 신호다. 당뇨 합병증으로 혈관이 망가지면 심장이나 뇌 등 다른 부위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진행돼 막힐 수 있다. 금연이나 혈당 조절에 지속해서 신경 써야 한다. 이식 후 3개월마다 진료 상담을 받고 1년에 한 번씩은 뇌·심장혈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하지 재건은 고난도 수술이지만 기술 발전 덕분에 수술 성공률이 크게 향상된 만큼,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포기하는 순간 소중한 다리를 잃을 수 있다”면서 “다리를 살릴 수 있다면 반드시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어려운 길이지만 적절한 수술과 관리를 통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승만 대통령 전문’ 원로배우 권성덕 별세
- “500만원에 팔아요”…한강 친필 사인 ‘채식주의자’ 중고거래
- ‘존잘남’에 ‘바보’까지…세계 유산 하회마을 낙서 테러
- ‘일행이 팬 때리는데 외면’…경찰, 제시 소환조사 검토
- 트로트 가수 정미애, 설암 원인은 ‘충치’…“혀 1/3 절제”
- 개그맨 이진호 불법도박 고백…“잘못된 판단, 후회해”
- 최태원 차녀, 父 손 안 잡고 홀로 입장… 식전엔 전우 추모
- 불륜 품은 장신영…“발가벗겨진 강경준, 보기 힘들어”
- 건강 더 나빠졌나… 원로 배우 이순재, 공연 추가 취소
- “10만 갈 겁니다”더니 슬그머니 ”7만”… 못믿을 증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