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알터 입스 크리스투스
우리 구원은 실리콘밸리 아닌 창세기에 있음 자각해야 할 때
세상은 AI를 좇아가지만 예수 닮는 제2 그리스도 돼야
42년 목회를 하고 올해 초 은퇴한 한 유명 목회자는 아버지가 섬기는 고향 교회를 비롯해 요즘 농어촌교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대도시에서 1500명 성도를 가진 제법 탄탄한 교회를 일궈놓았지만 교회가 주는 퇴직금도 마다하고 미련 없이 떠났다.
91세 아버지가 섬기는 고향 교회에는 3명의 할머니가 출석하던 상태였다. 아버지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지역주민의 애환을 들어주고 돌보다 보니 성도가 35명으로 늘어났고 연내 50명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한다. 저출생으로 인한 축소사회 지방소멸시대 농어촌교회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부흥이라니 놀랍다.
그는 “목회하는 30년간 100개 작은 교회에 10만원씩 1000만원을 지원했는데, 은퇴하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만나 보니 후회가 된다”고 했다. 차라리 실질적 도움이 되게 20개 교회에 50만원씩 지원하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들을 만나 밥이라도 먹으면서 고충을 들어줬으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면서 농촌에서 대도시로 인구가 옮겨가면서 대형교회로만 쏠림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에게 빚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동네 궂은일을 처리해주며 ‘홍반장’ 노릇을 하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은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위트 드루대 석좌교수는 메가처치(대형교회)와 소그룹화된 가정교회 같은 스몰처치만 남고 중간 형태의 교회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의 예상은 한국에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는 또 교회를 ‘M’을 사용해 네 단계로 분류했다.
교회가 설립되는 첫 단계는 예배와 기도, 선교, 구제 등 본질적인 것에 힘쓰는 선교적 교회(mission churches)다. 선교적 교회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고 성장하면 조직을 만드는 목회적 교회(ministry churches)가 된다. 세 번째 단계는 현상유지적 교회(maintenance churches)로 처음의 역동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교회다. 네 번째 단계는 박물관 교회(museum churches)다. 그러면서 서구 교회들이 현상유지적 교회에서 박물관 교회로 화석화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 가면 박물관으로 바뀌었거나 모스크, 술집으로 변한 교회나 성당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3일 온누리교회에서 설교한 스티븐 워커 윌리엄스 목사는 “2000년 초 영국 교회가 40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그 절반이 지난 지금 현실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2001년 영국 국민 중 71.6%가 크리스천이고 66%는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2021년 조사에선 46.2%가 크리스천이라고 답했고 한 달에 한 번 정규적인 교회 출석은 최대 6%에 불과하다고 했다. 20년 사이 종교가 없는 사람이 770만명에서 2200만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물질과 기계가 신의 자리를 대체하는 시대다. 스티븐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 ‘지저스폰(예수폰)’이라 불렸다.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인간 수준의 사고가 가능한 인공일반지능(AGI)과 AI의 의식이 생기는 초인공지능·특이인공지능이 현실화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인간의 이야기를 지배하고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등장했을 때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스위트 교수는 지난 1일 오륜교회에서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 ‘디지털 지옥: 인공지능 시대의 신앙’이란 기조강연을 통해 “인류가 (AI의 위협에) 벼랑 끝에 서 있다”며 “그러나 우리의 구원이 실리콘밸리에 달려 있지 않고 ‘창세기’에서 시작됨을 자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창세기 1~3장에 기록된 인류의 탄생 이야기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수를 따르던 첫 제자들을 크리스천(christian) 즉 작은 그리스도(christ+ian)라고 불렀고 초대교회 크리스천들은 라틴어로 스스로를 ‘예수를 닮아가는 또 다른 그리스도(alter christus ipse christus)’라고 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AI를 좇지만 우리는 궁극적인 AI, 예수 그리스도를 좇는 ‘제2의 그리스도’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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