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차기 미국 대통령, 삼성·SK 반도체 세금혜택 줄일 수 있다
미 정보기술업 대변 단체 ITIF 대표 저자 스티븐 이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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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개발사로 보조금 전환
국내업체 혜택 줄어들 가능성
워킹그룹 통해 대중 수출 통제
한국 기업 운신 폭 줄어들 수도
」
수출 제재는 양날의 칼
Q :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차기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 : “다음 대통령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힘을 모아 중국이 반도체 기업에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는 보조금을 주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민간과 공공 부문에 대한 정의다. 공공 부문을 현재 개념대로 정부가 투자하거나 소유한 기업이나 펀드라고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이나 펀드’ 등으로 넓게 정의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의 보조금이 WTO 회원국에 피해가 되지 않음을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Q : 중국은 미국에도 중요한 수출시장이다. 반도체 봉쇄를 하면 할수록 미 기업들이 손해볼 수 있는데.
A : “중요한 대목이다. 미 정부가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면 미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다. 그 바람에 재투자가 줄어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 기업이 수출 제재로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런 수출 규제를 우리(ITIF)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친 작은 정원(small garden, high wall)’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등에서 ‘핵심기술(chokepoint technologies)’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만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친 작은 정원’ 같은 수출 규제는 현재 백악관 핵심 참모들도 동의하는 규제 방식이다. 미국도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삼성, 세액공제 못 받을 수도
Q : 보고서엔 다음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반도체 전쟁(chip war)에서 이기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담겼던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추진돼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A : “반도체 기업이 미국 땅에 생산설비를 지으면 세금을 최대 25%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세액공제). 2022년 만들어진 반도체·과학법(CHIPS)이 규정한 인센티브 가운데 세액공제가 아주 강력한 유인책이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삼성 등은 2027년 1월 이전에 미국 안에서 공장을 착공해야 한다. 이 기간 제한이 흠이다.”
Q : 기간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인가.
A : “미 IT 업계는 다음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 세액 공제를 2020년대 마지막 해(2029년)까지 연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세액 공제를 반도체 제조 회사(fabs)에 주도록 돼 있는데, 이것도 바꿔주길 원한다.”
Q : 어떻게 개정돼야 할까.
A :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보다는 개발과 디자인하는 회사에 혜택을 주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애초 미 CHIPS는 필요한 반도체 가운데 적어도 20%는 미국 땅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목표가 이뤄졌기 때문인지, 미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ITIF가 반도체 개발 및 디자인 회사에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 대통령이 미 업계 바람대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 반도체 제작에 주력하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은 소외될 수도 있다.
Q : 인센티브와 관련해 또 다른 제안은 무엇인가.
A : “연방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금이나 보조금 펀드를 설정했다. 이 펀드들은 5~7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청산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일몰조항). 특혜성 재정지출이 무한정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음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해 일몰조항이 반도체 지원금에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신 5년마다 기업이나 연구소의 반도체 개발 성과와 상업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센티브를 계속 줄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미 단독 제재는 그만”
Q : 미국 다음 대통령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네덜란드 ASML 등에 무엇을 요구할까.
A : “대선이 치열해 해리스나 트럼프가 반도체 연합전선을 어떻게 꾸릴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다만 우리(ITIF)의 제안은 분명하다. 미국만 독자적으로 하는 수출 통제는 그만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 한국, 대만, 네덜란드, 영국 등 뜻을 같이하는 나라로 이뤄진 다자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Q : 다자 통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귀띔해주면 좋겠다.
A : “한국 등이 참여하는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만들어 반도체 기술 등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워킹그룹은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제한할 뿐 아니라 서방 기업이 중국에 줄 수 있는 생산면허까지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워킹그룹은 미국이 여러 나라를 참여시켜 자국 논리를 관철할 때 자주 구성하는 기구다. 워킹그룹은 사전에 합의된 매뉴얼대로 판단하는 실무조직이다. 유연성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워킹그룹이 구성되면 삼성전자 등은 지금보다 한결 빡빡한 수출통제를 받게 된다.
☞스티븐 이젤=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 관계·경영을 공부했다. 원격 빌딩관리회사인 브리보시스템스를 창업해 성공했다. 나스닥을 거쳐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부대표가 됐다. 대표인 로버트 앳킨슨과 함께 『혁신경제학(Innovation Economics: The Race for Global Advantage )』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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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머니(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10)에서는 스티븐 이젤뿐 아니라 더 많은 해외 경제 전문가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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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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