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이것이 인간의 이야기이다
소셜미디어와 뉴스가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가득한 와중에 이 지면까지 노벨문학상을 언급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고민하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책을 다루는 지면인데 노벨문학상을 다루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꺼낸다. 다만 노벨문학상 발표 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의 환희가 진정되는 와중에 상의 의미를 퇴색시키려 안달이 난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모양이다.
채식주의,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을 다루는 소설을 쓴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간 것이 아니꼬왔던 것인지, 노벨문학상이 그 정도 상은 아니다, 페미니즘에 오염되었다, 좌파에 경도되었다 하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그걸 뛰어넘는 작가를 기다린다는 우회적인 비판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은 노벨문학상이다. 수상자가 그만큼의 성취를 한 작가라는 것이고, 그 성취가 인류의 문학적 성취라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하려고 애쓰면 모양이 우스워진다.
한강 작가는 줄기차게 묻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소년이 온다』, 2014) 그래서 영혜는 말한다.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채식주의자』, 2007) 그리고 이 질문과 다짐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진다. “일어선 그녀에게 나는 초를 넘겨주었다. 손발이 맞는 자매처럼, 내가 운동화를 신는 동안 그녀는 불빛을 비춰주며 서 있었다.”(『작별하지 않는다』, 2021) 폭력을 마주하는 이야기,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한림원) 이야기는 언제까지고 인간의 이야기이다. 폭력 앞에 존엄을 지키는 것이 인간성임을, 그리고 작가가 그 고통스러운 작업을 뛰어난 결과물로 산출했음을 이 상은 선언한다. 그것이 ‘정치적’이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폭력도 폭력에 대한 대항도 모두 ‘정치적’일 따름이니.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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