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100년 만에 발견된 에베레스트의 유해
지난 주말, 세계 산악계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 논란을 풀 실마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24년 6월 8일 지구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다 실종된 영국 탐험가 앤드루 어바인의 가죽 등산화와 그의 이름 ‘A. C. Irvine’이 박음질 된 울 양말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양말 속에서는 어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도 있었다. 정확히 실종 100년 만의 일이다. 유해는 유명 등반가이면서 영화감독 겸 사진작가인 지미 친(Jimmy Chin)이 이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에베레스트 북면 아래 롱북빙하에서 지난 9월 발견해 조사를 거쳐 언론에 공개됐다.
실종 당시 22살의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이었던 어바인은 정상을 약 250m 남겨둔 높이 8600m 지점까지 오른 것이 목격됐다. 하지만 그 직후 구름떼가 덮치며 어바인의 행방은 미궁에 빠져버렸다. 함께 정상을 향하던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유해는 1999년에 발견된 바 있다. 과연 이들이 에베레스트 최정상을 밟았는지는 산악계 최대 관심사이자 논란거리였다. 사실이 확인된다면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 기록은 다시 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1953년 등정이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다.
어바인 유해의 발견은 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100년 동안 눈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어 눈에 띄지 않았던 유해가 에베레스트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세상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점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지미 친은 유해가 발견되기 일주일 전부터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렇듯 문제는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에베레스트를 뒤덮은 눈이 녹으며, 눈 아래 얼음층이 노출되고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흰 눈과 달리 어두운 색의 얼음은 햇빛을 흡수한다. 이는 얼음 녹는 속도를 가속하는 결과를 빚는다. 에베레스트 환경 변화가 더 가팔라지는 것이다.
어바인이 갖고 있던 코닥 카메라도 앞으로 추가로 발굴될지도 관심사다. 필름이 현상·인화 가능한 상태로 남아있다면 에베레스트 세계 첫 등정 미스터리 해결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위한 밝은 징후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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