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와 대립각 세우는 한동훈…재보궐 선거 득일까? 실일까? [정국 기상대]
친한계 "쇄신 의지 보여야 중도층 흡수 가능"
전문가들 "낮은 尹 지지율 속 차별화 필요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는 '한남동 라인' 인사 교체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실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 대표의 이같은 행보가 10·16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김 여사 라인 쇄신을 요구 중인 사실과 관련해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2일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은 김 여사와 가깝다고 지목된 대통령실 인사들을 정리하라는 요구로 해석됐는데, 이틀 만에 이같은 해석을 사실상 직접 확인한 셈이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에서 지목한 '김 여사 라인'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수행했던 인사들 가운데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으로 기용된 인사들로, 7명 안팎의 대통령실 인사들이 김 여사의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이나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처럼 연일 한 대표가 김 여사를 언급하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자,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당내 일부 인사들은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금정구청장 재보선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만큼 한 대표의 자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와 측근들이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면 언론은 이를 빌미로 기사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가 아니면 평론인가"라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이처럼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며 "김영삼·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의원은 이후 또 다른 글에서 친한(친한동훈)계를 '도곡동 7인회'로 지칭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권 의원은 "민주당의 뻔한 수작에 당하면서도 '난 달라' 고매한 척하고 있으니 측은한 심정"이라며 "'도곡동 7인회' 같은 참모진이 모은 의견이 겨우 그 정도라면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당 대표실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도곡동 7인회'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사실로 당대표를 음해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의 악의적 정치 프레임 안에서 용산 압박, '기승전 김 여사' 언급을 하며 야권의 선거전략을 결과적으로 돕고 있다"며 "반성할 것, 고칠 것은 처절하게 하되 우리끼리 저들의 프레임에 갇혀 자해는 하지 말자"고 했다.
친한계는 이같은 친윤계의 주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중앙 이슈가 금정구청장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대표적 친한계인 초선의 정성국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현장을 다녀보면 김 여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그 부분에 대해 한 대표가 선명한 말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 부글부글하고 있는 우리 지지자들이 실망하고 중도에 있는 분들이 더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그런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한 대표의 발언들은 충분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국민들이 의혹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의혹이 커지는 부분을 어떻게 덮고 가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혹이 불거졌으면 다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대강 묻고 지나가자고 말하는가"라며 "(그렇게 할 경우) 국민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한 대표가 취하고 있는 방법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바라봤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초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당정이 함께 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지난 7~1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2주 차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25.8%로 조사됐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9월 4주 차 25.8%와 동률을 기록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론이 굉장히 안 좋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심동체로 움직이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며 "당과 한 대표 입장에서는 차별화 전략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 대표는 당내 기반이 그렇게 확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이런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발언은 전략적이라고 본다. 한 대표가 내가 독대 때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중도층에게 내가 당의 변화와 혁신을 할 테니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는 뜻을 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라는 것이 정말 0.1%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니 막판에 전략적 발언을 던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른 결과는 한 대표가 선거 결과로써 책임지고 보여줘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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