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여야 합의 관행 파괴에…헌재 마비 현실화" [디케의 눈물 300]
법조계 "헌법재판관 3명 중 1명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게 관행…파괴한다면 사실상 입법 독재"
"인선 늦어지면 헌재 기능 마비…위헌법률 시정 안 되고 탄핵소추 인사들 직무 무기한 정지"
"피해 입을 국민에게도 정치적·법적 책임 져야…이른 합의 이르지 못하면 역사에 죄 짓는 것"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헌법재판관 3명이 오는 17일 퇴임을 앞둔 가운데 우려했던 '헌재 마비'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1명을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관행을 민주당에서 파괴하려 한다며 이는 다수당의 독재 횡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선이 늦어지면 헌재의 기능은 마비되고 위헌 법률도 시정되지 못하는 만큼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하루 빨리 합의를 거쳐 국회 몫의 재판관을 선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종석 헌재소장(63·사법연수원 15기)과 이영진(63·22기)·김기영 헌법재판관(56·22기)의 임기가 오는 17일 만료 예정이다. 이들 3명이 퇴임하면 재판관 6명이 남는데 현재 후임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하는 만큼 6명의 재판관으로는 심리 진행이 불가능하다. 헌법재판관은 총 9명으로 구성되며 대통령 몫 3명을 제외한 6명은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선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공석이 되는 세 자리는 국회가 선출할 몫인데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야가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을 합의로 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에 비례해 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 한동안 헌재 기능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여야가 합의한다 해도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가 통상 한 달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 마비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태 장기화 우려에 지난 8월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일 재판관 정족수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하면 해당 조항의 효력은 본안 사건의 결정 선고 시까지 멈추고 정족수 제한이 없어지면서 남은 재판관들만으로도 사건 심리가 가능해진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국회 몫 3명 중 여·야가 각각 1명씩 선출하고 나머지 1명을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기존의 관행이었다. 국회법에 선출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해도 의회주의 전통에 따라 그동안 축적된 관행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고 파괴한다면 사실상 다수당인 야당의 독재 횡포나 다를 바 없다"며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 헌재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고 위헌 상태인 법률도 시정되지 못하므로 그 피해는 결국 오롯이 국민들한테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가 재판관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아 헌재의 기능이 정지된다면 이는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 이대로 선출이 계속 지연된다면 헌재의 마비 사태가 한 달은 물론 1년, 2년 이어질 수 있고 이 사태가 전례가 돼 이후에도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국회 내부 사정은 차치한다고 해도 파행을 초래했다면 국민들에게 정치적 책임 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져야한다. 국회가 빠른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박인환 변호사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협조를 안 하면 3명 중 1명도 뽑기 어렵다"며 "특히 이진숙 위원장, 손준성 검사 등 탄핵소추에 올라간 사건의 경우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무기한 정지되는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고 인선 절차가 늦어져도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 등 사건을 던져만 놓고 정작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또한 위헌 판결도 늦어지므로 어떠한 악법이 만들어지더라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합헌으로 간주되기에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회가 하루 빨리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을 선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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