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반도체에 쏟아진 장관들의 고언…“국가 경쟁력에 직결, 정부 더 나서야”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한국 반도체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국가 대항전처럼 펼쳐지고 있는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역대 장관 5명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특별 대담회를 열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한 후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ㆍ성윤모ㆍ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각자 의견을 내며 좌담회를 이어갔다.
“중국의 위협 목전”
참석자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로에 섰다며, 중국의 추격을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황철성 교수는 “D램 분야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던 기업이 올해 나타났다”라며 양쯔강메모리(YMTC)의 약진을 주목했다. 또 “창신메모리(CXMT)는 DDR4 정도의 낮은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무시 못할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시장 플레이어가 많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는 더 심각하다”라며 중국 기업들의 낸드 시장점유율이 한때 10% 가깝게 치솟은 그래프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36.7%를, SK하이닉스는 22.2%다.
이창양 전 장관도 “아직 중국은 한 세대 뒤처진 메모리를 만들고 있지만,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생산 경험을 축적해 활용하면 상당한 기술력 진보가 가능하다”라며 “우리 기업들의 매출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담한 지원 필요
보조금 외에도 전기·용수 등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호 전 장관은 “식량·식수만큼 전기 에너지가 중요하고 에너지 주권을 강화시키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지리적으로 바람이 많아 재생에너지를 하기 유리한 나라이지만, 올해 3월 열린 유로 뉴클리어 서밋에 참석한 유럽 13개 국들은 소형모듈원전(SMR)로 가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산업부와 잘 협력해 SMR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양 전 장관도 “민간이 할 수 없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관들이 본 삼성의 위기
최근 주가가 추락하며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윤상직 전 장관은 “삼성의 위기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부재에 있다. 앞으로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알 수 없기에 혼자서 싸우기보다 생태계 싸움을 해야 한다”라며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갑을문화 같은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재판 중인 상황을 거론하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점에 리더십 공백이 있어서야 되겠느냐”고도 지적했다.
이창양 전 장관은 “환절기 감기와 현재 삼성의 상황이 비슷하며, 감기가 폐렴이 되지 않으려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그는 ‘혁신을 위한 노력’을 꼽으며 “선두에 선 기업은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술과 경영의 안테나가 필요하다”라며 “삼성은 안테나를 높게 세워 인수합병(M&A) 등의 노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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