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추니박 '가보지 않은 길, 낯선 풍경'展·나얼·노준 2인전 外
편집자주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추니박 개인전 '가보지 않은 길, 낯선 풍경' = 다양한 필법과 실험들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추니박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마리에서 열린다.
올해 상반기 미국 유타와 네바다에서 진행된 아트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작가는 '가보지 않은 길, 낯선 풍경'으로 명명한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미국 풍경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곳에서 마주한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현장에서 그린 후 한국의 작업실로 돌아와 심화시키는 과정을 거친 많은 고민과 고뇌의 산물이다.
작가가 참여한 유타의 레지던시는 한곳에 머무는 레지던시가 아니라 유목민처럼 유타주와 네바다주를 옮겨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이 여정 속에서 만든 상당량의 스케치와 한지 작품, 사진과 영상, 메모했던 글을 토대로 또다시 빈 화면 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경을 해석해 나가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낯선 풍경들을 그리기 위해 거기에 맞는 또 다른 선과 점과 구도와 색채를 찾아내야 하는 과정을 통해 거대하고 경이로운 미국의 협곡을 300호, 600호 등 대형 작업으로 담아낸 작가는 그 에너지를 감상자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내가 미국 풍경을 그리는 것은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나의 방법으로 세상의 풍경을 한지 위에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작은 목표 중 하나다."
자신이 목격한 풍경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이 구축한 회화적 구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새로운 작업은 아트 레지던시의 결과로서 존재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작업 여정에 커다란 동력이 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 낯선 풍경'이 마주하게 될 모든 이에게 위안과 위로가 되는 풍경이기를 작가는 기대한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갤러리마리.
▲나얼·노준 2인전 Naul & Noh Jun = 이화익갤러리는 독창성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전달하는 나얼·노준 작가 2인전을 선보인다. 나얼과 노준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함께 전시를 선보였다.
두 작가는 기존의 조각과 회화적 방법론을 사용하면서도 무거운 진지함이나 아카데믹한 표현을 벗어나서 자유롭고 개인적이면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형미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메인보컬로 활동하며 뮤지션으로도 잘 알려진 나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의 꿈을 키웠고, 2005년 단국대 디자인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마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작가는 물건에 붙어 있던 스티커, 버려지는 포장지 등 쓰레기 혹은 폐품과 같은 오브제들을 자신의 드로잉과 함께 콜라주 하는 작품을 다양하게 제작해왔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흑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인종 문제에 대해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지만,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흑인음악에 큰 관심을 갖다 보니 그들의 존재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흑인들을 그리게 됐다고 말한다. 나얼 작가는 개별적 기억과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어법으로 만들어진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전달한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동차 도료로 채색된 노준 작가의 조각은 보는 순간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귀엽고 깜찍하게 보이는 작품들은 표피적이고 키치적인 가벼움 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기본으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평생 이끌어 가는 화두로 ‘관계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특히, 작가가 강조하는 관계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이며 이러한 소통을 통해 작가는 진솔한 교감과 희망을 꿈꾼다.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조소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송은미술전 대상과 2007년 모란 조각대상전 특선, 2008년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받은 이력이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자카르타 등 해외 아트페어와 전시 참여를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작품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 기념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디야트 문화지구 내 야외 조각공원에 해외 작가 다섯 명과 함께 작품을 영구 설치하였다. 아부다비에 동양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것은 최초였다.
이번 전시는 조각과 페인팅이라는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작가가 선보이는 자유분방 하고 독창적인 예술세계의 향연을 한자리에서 만끽하는 신선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
▲페데리코 알베르토 개인전 'Stillness and Change: Korea' = 갤러리 반디트라소는 사진 작가이자 도미니카 대사인 페데리코 알베르토(H. E. Dr. Federico Alberto Cuello Camilo)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46점의 사진은 모두 한국에서 촬영됐으며, 단일 사본 파인 아트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통해 판매된 작품 수익금은 주한대사배우자협회(ASAS)를 통해 한국 복지 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내가 한국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이 나라를 전쟁의 잿더미에서 모든 관련 개발 지표의 정상으로 이끈 빠른 변화의 속도에 매료됐다. 거리, 언덕, 만, 섬에서 생활 수준의 빠른 상승이 한국인의 종교적 관용, 완벽주의, 개방성, 지역 사회 참여, 학습에 대한 갈증, 끊임없는 자기 계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나의 존경심은 점점 커졌다"
사진작가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외교관인 페데리코 알베르토는 자신이 렌즈를 통해 바라보기 전 한국에 대해 갖게 된 특별한 인상과 정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내가 기록하려한 것은 전통과 현대성, 영적 삶의 고요함과 건축, 행동, 속도의 변화 사이의 긴장으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길, 저녁 식사 후, 자전거를 타는 동안, 주말 하이킹을 하는 동안 또는 서울을 벗어나 찍은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것은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고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룬 나라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가장 확실하게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촬영 타이밍은 보행자가 움직이는 정확한 순간을 포착해 사진에 넘치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부여한다. ‘Stillness and Change(고요함과 변화)’는 대사이면서 사진작가로 한국에 온 이후의 생동감과 복잡함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매력적인 사진 컬렉션으로, 강력한 구성과 자연광의 효과적인 사용, 흥미로운 주제의 뛰어난 작품들로 호기심과 연결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프레임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를 탐구하도록 관객을 초대한다"
유명한 한국인 사진작가이자 이번 전시 큐레이터인 KT KIM은 이번 전시 컬렉션 기획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다. 그는 이어 "사진 작품에서 나타나는 고요함과 변화는 높은 수준의 능숙함으로 실행되는데, 초점이 선명하고 피사계 심도가 잘 선택되어 전체 장면을 선명하게 유지하는 한편 노출이 잘 균형을 이뤄 이미지의 모든 요소가 과다 노출되거나 노출이 부족한 영역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반적으로 Stillness and Change(고요함과 변화)는 페데리코 알베르토가 한국 생활의 덧없는 순간을 진정성과 예술성으로 포착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강력한 사진의 예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문화 평론가이자 국립 미술관장인 마리안 드 톨렌티노는 "외교관이자 ’사진작가’인 페데리코 알베르토는 1981년 도미니카에서 가장 위대한 사진작가 위프레도 가르시아(1935-1988)의 제자였다. 이 외교관, 지성인, 인본주의자는 수년 동안 사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2021년과 2024년 사이 한국(주로 서울)에서 촬영한 46장의 미술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에서 순간과 긴장의 관계부터 프레이밍에 이르기까지 미학과 기술을 잘 조절한다. 여기에 색상을 포함한 시각적 표현은 한 편의 시, 즉 한국적 삶에 대한 일련의 ‘송가’" 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갤러리 반디트라소.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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