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시통역사가 경험한 한국로잔대회

jonggyo@kmib.co.kr 2024. 10. 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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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인 주임교수(한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지난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있었던 제4차 로잔대회에서 한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강사들과 졸업생들이 ‘전체 회의(plenary session)’ 동시통역을 담당했다. 모든 발표가 영어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어 통역이 필요하신 참가자분들을 위해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전 세계 기독교 리더 5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대회인 만큼 통역사로서 압박감이 컸다. 더구나 통역사에게 전달된 원고와 다른 내용으로 발표하는 등 돌발상황들이 많이 발생해 계속 긴장감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통역사들은 통역 부스에서 통역에 집중하기 때문에 대회 현장의 생생함을 직접 경험하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늘 있다. 하지만 일반 참가자와 달리 통역사들만이 누리는 특권이 있는데, 그것은 연사가 준비한 주옥같은 원고를 통역사가 가장 먼저 보고 많이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종 연사의 발표내용이 처음 원고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해도 원래 주어진 원고는 통역사만이 덤으로 알게 된다. 더욱 감사한 것은 하나님이 연사를 통해 전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부족한 나의 입술로 전하는 영광을 얻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통역하면서 필자가 배운 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세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교의 현황이다. 현재 복음전파가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고 중동에서도 복음을 받아들이고 개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성경 번역도 소수민족이 먼저 성경 번역의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생기면서 성경 번역의 속도가 전례 없이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기독교 박해가 전 세계적으로 심해지고 있다.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박해의 변화를 조사한 ‘세계기독교 박해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높은 수준의 박해가 발생한 국가가 40개국이었으나, 2023년에는 76개국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아프리카의 이슬람화를 목표로 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신앙으로 인해 목숨의 위협과 고난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위로와 기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박해가 오히려 복음의 능력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해 박해를 ‘선물(gift)’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많은 도전이 됐다.

둘째, 한국교회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신앙의 유산과 그에 따른 책임이다. 이번 대회 일정 중 목요일 저녁 한국교회의 성장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특별한 무대가 준비됐다. 수많은 핍박과 역경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 손양원 목사님, 섬 선교의 어머니로 알려진 문준경 전도사님의 섬김에 대해 통역할 때 감동이 밀려왔다. 이들 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그리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눈부신 성장을 했음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책임감이 느껴졌다.

많은 국가가 부러워하는 자유민주주의 경제 강국에서 살면서 자유롭게 하나님을 경배하고 전도할 수 있지만 이에 감사하며 선한 청지기가 되고 있는지, 신앙의 위협을 받는 곳에서 마음 졸이며 신앙생활 하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특히 이 땅 옆에 있는 이웃, 복음을 먼저 접하고 ‘평양대부흥’이 있었던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열방에 대해 기도하면서 정작 바로 옆에서 신음하는 북한을 위해서는 기도가 인색하지 않았는지 회개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북한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북한에 관심을 두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셋째, ‘선교하는 하나님’이다. 예수님의 대위임령과 더불어 성령님이 초대교회에 임했을 때 나타난 현상은 세상 속으로의 파송이었다. 기독교 신앙은 원래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외부로 향하고 선포돼야 하는 복된 소식이다. 혹자가 이야기했듯 그리스도인의 DNA에는 선교가 있는 것이다. 선교하는 하나님의 열심에 따라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 우리는 복음을 계속 전파해야 한다. 마이클 오 국제로잔 총재님이 말했듯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릭 워렌 목사님이 강조했듯 하나님은 우리를 다양하게 만드셨고 다양한 우리를 통해 다양하게 일하시길 원하신다. 지금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아름답게 전파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마지막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회에 동시통역사로 참가하면서 반복적으로 통역하게 된 내용은 하나님의 주권과 연합의 중요성, 예수 안에 승리가 있다는 고백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젊은 시절에 외쳤던 “성서 한국, 통일 한국, 선교 한국”을 다시 소망하게 돼 참으로 감사했다. 한국 로잔대회를 통해 많은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통역학(석사)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학 박사(논문:설교통역에 대한 조사연구)
국제회의 순차·동시 통역 다수
예배·세미나 동시통역 다수
한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주임교수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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