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라이딩, 돌탑, 물수제비... '뭉클했던' 가을 소풍

김병기 2024. 10.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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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세종시에서 12일 열린 '우리동네 금강 생태체험' 행사 스케치

[김병기 기자]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조막손으로 돌탑을 쌓는 아이들
ⓒ 김병기
"너무 뭉클했어요!"

세종보 농성장에 놀러 온 아이들을 맞이한 세종시민 우인정씨의 첫 반응은 감탄사였다. 이곳은 세종보에 물을 채운다면 가장 먼저 수몰되는 곳이다. 환경부와 세종시가 세종보 담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날, 갈대는 가을바람에 은빛으로 반짝였고 순풍이었다. 길을 따라 40여 명의 아이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곳은 166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는 한두리대교 아래 금강변. 아이들은 강변 둔치에서 내려오자마자 너 나할 것 없이 강변 자갈밭으로 달려가 고사리손으로 물수제비를 날렸고, 돌탑을 쌓았다.

'우리동네 금강 생태체험'... 40여 명이 참석해 자전거 라이딩

지난 12일, 새샘마을마을공동체 채움은 '우리동네 금강 생태체험-자전거 타고 모여라' 행사를 열었다. 세종 이응다리 남측에서 출발해 세종보 앞쪽의 참샘약수터까지 금강변을 달린 뒤 되돌아오면서 세종보 농성장에 도착하는, 30여 분남짓 소요되는 코스였다. 자전거를 타고 스탬프 미션을 완수하면 선물을 주는 행사였다.

이날 아침,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맑고 청명한 하늘이 드러났다. 오전 10시, 준비운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조를 편성해 이응대교를 건넜다. 자전거 안전모를 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뒤뚱거리며 페달을 굴렸다. 자전거 뒤에 아이를 태운 시민도 있었다. 흐르는 금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행렬은 100m 넘게 이어졌다.
 금강 생태체험 행사의 라이딩 행렬이 이어져 있다.
ⓒ 김병기
 ‘우리동네 금강 생태체험’ 행사에서 아이들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
ⓒ 김병기
"오늘은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입니다. 세종시에 살지만 금강에 가까이 다가간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강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강을 온몸으로 느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입니다. 농성장이 있는 금강 스포츠공원 밑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강을 체험하면서 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이날 행사를 준비해 온 세종시민 강형석씨의 말이다. 딸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도우미 역할을 한 추연희씨는 "금강을 마주하면서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면서 "아침에 안개가 자욱해서 더욱 운치가 있었던 금강, 그 곁을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금강을 원(이응) 형태로 가로지르는 이응다리를 건너 강변 자전거길을 3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참샘 약수터이다. 금강 우안 세종보 앞쪽에 있는 이 약수터는 800여 년 전부터 계절과 관계없이 계곡에서 찬물이 흘러내렸고, 피부병에도 약효가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는 곳이다. 실제로 물이 콸콸 쏟아졌다. 시민들은 바가지에 약수를 채워 아이들의 목을 축였다.

자전거 행렬은 다시 온 길을 돌아 한두리대교 아래로 갔다. 바로 앞쪽 둔치는 공사판이었다. 행사 진행자였던 김정래씨는 "이곳 파크골프장과 야구장은 해마다 장마철에 침수가 돼서 수십억 원을 들여 보수하고 있다"면서 "침수될 게 뻔한 곳에 시설물을 지어놓고 매년 국민 세금을 축내는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농성장 찾은 아이들... 보물찾기, 돌탑쌓기, 물수제비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날리고 있다.
ⓒ 김병기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탐조장비로 새를 관찰하는 아이.
ⓒ 김병기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가파른 둔치의 흙길을 내려왔다. 지난 4월 30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세종보 담수 계획 백지화와 윤석열 정부의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며 이곳에 농성천막을 친 뒤 수도 없이 다녔던 길이다. 이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전국의 환경운동가들과 4대 종단 종교인, 국회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도 그 길을 내려와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교각보호공 위에는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대책위'가 카드뉴스로 만들었던 전시물들이 설치됐다. 흰목물떼새와 흰수마자, 수염풍뎅이, 맹꽁이 등 이곳에 사는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이 사진으로 전시됐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흐르는 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전시물들을 둘러봤다.

아이들을 위한 보물찾기도 진행됐다. 탐조장비인 필드스코프가 2곳에 설치됐고 시민들과 아이들은 바로 앞쪽 하중도와 강변에서 쉬고 있는 새들을 관찰했다.

그 앞에서 도우미 역할을 한 세종시민 명인영씨는 "오늘 세종보 앞 자갈밭에는 민물가마우지와 중대백로, 왜가리 등이 와 있는데, 겨울철 이곳에는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들이 날아든다"라면서 "아이들이 관찰하면서 '이런 새들은 처음 봤어요' '왜가리 깃털이 너무 멋져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즐거워했다.

돌탑쌓기, 물수제비 대회도 열렸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참가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강물 속에 돌을 그냥 던졌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날려보는 것"이라며 납작한 돌을 골라 물수제비를 떴다. 이날 우승자는 물 위에 9번을 튀긴 초등학교 5학년 김여랑 학생이었다. 그는 "아빠를 따라 4~5번째 이곳에 왔는데, 항상 흐르는 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안 흐르는 강에도 갔었는데 너무 더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도우미였던 세종시민 우인정씨는 "세종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강가에 와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진짜 흐르는 강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너무 뭉클하다"면서 "세종보가 막히면 이 공간은 물속에 사라질 텐테, 그러면 아이들이 내려와서 이렇게 놀 수도 없고, 새들도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변하기에, 이곳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변 소풍 이어지려면... 금강이 막힘없이 흘러야
 생태체험 행사에서 찍어주는 스탬프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 김병기
이날 농성장 현장에서 아이들을 맞은 건 보철거시민행동 문성호 공동대표, 박은영 집행위원장, 이경호 집행위원, 임도훈 상황실장 등이다. 임 실장은 아이들에게 이곳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저 밑에 있는 세종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 이곳은 온통 모래밭이었어요. 세종보가 건설된 뒤에는 냄새가 나는 펄밭으로 변했는데, 수문을 열고난 뒤에는 이렇게 자갈밭이 됐습니다. 이곳에는 삵도 살고 수달도 살고 있어요. 오소리, 고라니, 너구리도요.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는 지금 여러분들이 돌탑을 쌓은 자갈밭에 엉덩이를 비벼서 집을 만든 뒤 알을 낳고 새끼를 기릅니다.

겨울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에 와서 쉬었다 갑니다. 여러분들도 이곳에서 재미있었죠? 사람들과 야생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이 보존되려면 저 강물이 계속 막힘없이 힘차게 흘러야 합니다. 그렇겠죠?"

아이들은 합창을 하듯이 "예!"하고 소리쳤다.

임 실장은 말을 마친 뒤 기타를 둘러메고 '흘러라 강물아' 등의 노래를 불러 흥을 돋웠다. 아이들과 시민들은 선율에 맞춰 어깨를 흔들었다. 깊어가는 가을 강바람이 버드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몇몇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남아서 전시물을 둘러보거나 좀 전에 쌓다 말았던 돌탑 위에 돌을 더 얹었다. 흐르는 강물 위에 물수제비를 날렸다.
 지난 12일, 새샘마을마을공동체 채움은 ‘우리동네 금강 생태체험-자전거 타고 모여라’ 행사를 열었다.
ⓒ 김병기
한편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세종시의회는 이순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전면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순열 의원은 "현 정부와 세종시가 금강물을 가두고 바꿔나가려고 하는 것은 인공적으로 물을 가둔 관광객의 유희만을 위한 것이다"라며 "세종보 재가동으로 인한 수생태계 훼손을 막고자 한다"며 결의안 채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들이 합창했듯, 세종시의회도 보철거시민행동의 풍찬노숙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슬기로운 천막생활' 유튜브 라이브 토크 : https://www.youtube.com/live/La68bKjbhL4?si=8sQP_Yo6nc6isg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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