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라인'까지 건드린 한동훈…"대응 않겠다" 용산의 침묵, 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데 이어 ‘여사 라인’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한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침묵 기조는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은 이른바 ‘레드 라인’으로 여겨져왔다. 지난 총선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사과를 언급하자 참모를 통해 한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전대에 개입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권 내에선 대통령실의 무대응 기조를 두고 16일 재보궐 선거 용산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여당의 텃밭 격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충돌해 당·정 갈등이 일어나고, 선거에서 질 경우 그 책임론이 대통령실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전까지 어떠한 당·정 갈등의 모습도 야당에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20%대 초반에 머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 대표의 발언에 로키로 대응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14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7~11일 성인 2009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8%로 해당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달 초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당 대표와의 갈등 해소 없이 국정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독대 필요성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아침 김 여사와 한 대표의 발언이 나온 비슷한 시기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6일 재·보궐선거 후 내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며 독대 일정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선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처분을 앞두고 용산이 몸을 낮춘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이 침묵하는 사이 친윤계에서 한 대표를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류 재앙 어쩌면 좋나"…올해 노벨상 탄 AI 대부의 경고 | 중앙일보
- 관객들 구토 쏟아냈다…'트라우마 경고'까지 뜬 충격 오페라 | 중앙일보
- 송일국 "누굴 탓해요"…'삼둥이 아빠' 그 뒤 8년간 생긴 일 | 중앙일보
- 수상한 빌라, 24명 중 13명 임신 중…불법 대리모 조직 잡혀 | 중앙일보
- ‘처제의 남편’ 영어로 하면? 한강 노벨상 낳은 번역의 힘 | 중앙일보
- 온몸 문신한 채 이 짓거리…조폭이 변했다, MZ조폭 충격 실태 | 중앙일보
- "50세부터 매일 해"…'명품 거장' 90세 아르마니 건강 비결은 | 중앙일보
- "당신과의 관계는 재미없다"…불륜에 빠진 그들의 공통점 | 중앙일보
- 한동훈의 용산 인적쇄신론…'김 여사 라인' 정조준 했다 [view] | 중앙일보
- "두 시간 만에 숨진 '언니' 있다"…노벨상위 감탄시킨 한강 이 책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