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라인'까지 건드린 한동훈…"대응 않겠다" 용산의 침묵, 왜

박태인, 김지선 2024. 10. 14. 1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인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데 이어 ‘여사 라인’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한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침묵 기조는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은 이른바 ‘레드 라인’으로 여겨져왔다. 지난 총선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당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사과를 언급하자 참모를 통해 한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전대에 개입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권 내에선 대통령실의 무대응 기조를 두고 16일 재보궐 선거 용산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여당의 텃밭 격인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충돌해 당·정 갈등이 일어나고, 선거에서 질 경우 그 책임론이 대통령실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전까지 어떠한 당·정 갈등의 모습도 야당에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20%대 초반에 머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 대표의 발언에 로키로 대응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14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7~11일 성인 2009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5.8%로 해당 조사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달 초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여당 대표와의 갈등 해소 없이 국정 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독대 필요성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아침 김 여사와 한 대표의 발언이 나온 비슷한 시기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16일 재·보궐선거 후 내주 초 빠른 시일 내에 갖기로 했다”며 독대 일정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선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처분을 앞두고 용산이 몸을 낮춘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이 침묵하는 사이 친윤계에서 한 대표를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장밋빛 미래가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