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산봉우리와 '빙하 밭', 이곳이 바로 몽블랑

백종인 2024. 10. 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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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설산 몽블랑, 해발 3849m 에귀디미디 그리고 잊지 못할 하이킹

[백종인 기자]

▲ 에귀디미디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곤돌라 빙하 밭을 가로질러 이탈리아 땅으로 가는 곤돌라. 위로는 멀리 몽블랑이 보이고 아래로는 빙하가 갈라진 크레바스가 보인다.
ⓒ 백종인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2024년 9월 중순, 프랑스의 최고봉인 몽블랑(Mont Blanc:4810m)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몽블랑 정상을 직접 올라간 것은 당연히 아니고 케이블카를 타고 비슷한 높이로 올라가 몽블랑을 가까이서 바라봤고, 몽블랑을 둘러싼 알프스 둘레길을 걸으며 멀리서 감상했다고 해야 옳겠다.

누군가 몽블랑 여행이 어떠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무척 추웠어요"라 말할 것이다. 그리고서야 해발 3849m의 에귀디미디(Aiguille du Midi)와 그곳과 이탈리아를 잇는 곤돌라에서 바라본 하얀 몽블랑과 빙하 밭, 그리고 락 블랑(Lac Blanc) 하이킹의 경이롭고 황홀함에 대해 떠들 것이다.

우리가 머물렀던 프랑스 샤모니(Chamonix)에서 몽블랑을 즐기는 최고의 선택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에귀디미디에서 몽블랑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고, 이에 더해 5km 거리의 이탈리아 땅에 있는 뿌앙뜨 엘브호네(Pointe Helbronner)까지 파노라믹 몽블랑(Panoramic Mont-Blanc )이라는 곤돌라를 타고 가면서 여러 각도에서 몽블랑을 보고 빙하 밭을 여행하는 것이다.
▲ 구름바다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구름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산봉우리들
ⓒ 백종인
아침나절 산 중턱에 걸쳐있는 구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로 올라 몽블랑처럼 높은 산봉우리는 일반적으로 정오가 지나면 구름에 덮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구름이 몽블랑을 가리기 전 에귀디미디에서의 몽블랑을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위를 향해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구름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산봉우리들을 감상하며 에귀디미디에 도착하니 오전 9시. 테라스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파노라믹 몽블랑 곤돌라 표를 사려는 줄에 합류했다.

표 판매가 늦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하 5℃의 날씨에 바람까지 가세해 무척 추웠다. 30분이 지나고 거의 1시간이 지날 무렵 표를 팔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멈췄다. 표가 없단다. 매진된 것이 아니고 표 자체가 없어 아래로 내려가 표를 가져와야 한단다.

상식을 벗어난 소식에 아연실색했지만, 이제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표를 포기할 수도 없고 온몸은 후들후들 떨렸다. 간신히 표를 구입하고 또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 끝에 곤돌라에 오른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황홀한 풍광을 본다는 기대보다 드디어 추위를 벗어난다는 설렘 속에 곤돌라에 올랐다.

덜덜덜 추위, 그러나 추위는 이내 사라졌다
▲ 몽블랑 가까이에서 본 몽블랑
ⓒ 백종인
▲ 곤돌라에서 목격한 절경 이탈리아 땅인 뿌앙뜨엘브호네까지 가는 30분 동안 다양한 각도의 몽블랑과 곤돌라 아래의 상상을 초월하는 빙하 밭, 크레바스(Crevasses)와 세락(Serac) 등 웅장하고 신비한 평생 잊지 못할 절경이 펼쳐졌다
ⓒ 백종인
그러나 곤돌라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추위는 잊혔다. 이탈리아 땅인 뿌앙뜨엘브호네까지 가는 30분 동안 다양한 각도의 몽블랑과 곤돌라 아래의 상상을 초월하는 빙하 밭, 크레바스(Crevasses)와 세락(Serac) 등 웅장하고 신비한 평생 잊지 못할 절경이 펼쳐졌다.
또한, 그 빙하 밭을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인간의 도전 정신과 이러한 난공불락의 초자연을 이기고 케이블을 설치한 인간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 눈 밭을 걸어 올라가는 등반가 한 등반가가 빙하 밭을 걸어 에귀디미디로 올라가고 있다
ⓒ 백종인
사실, 에귀디미디에서 우리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뿌앙뜨엘브호네에서 몽블랑을 감상한 후 다시 프랑스 땅으로 돌아오니 몽블랑은 이미 구름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오금이 저린다는 그 유명한 테라스 3842에 있는 유리 상자 위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오전의 추위에 몸은 지쳤고 파노라믹 몽블랑 곤돌라에서의 경험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광을!
▲ 그랑발콩노드 트레일 트레일의 녹색과 배치되는 멀리 보이는 설산과 뾰족 바위들, 몽블랑도 보인다
ⓒ 백종인
에귀디미디로 올라가기 전인 알프스에서의 첫째 날, 우리는 샤모니에서 경치 좋은 트레일로 꼽히는 6.8km의 그랑발콩노드(Grand Balcon Nord) 트레일을 걸었다. 트레일은 에귀디미디의 중간 기착지인 쁠랑드레귀(Plan de l'Aiguille)에서 얼음동굴이 있는 몽땅베르(Montenvers)까지 가는 코스인데, 트레일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고산에 익숙해지기 전인 첫날 해발 2000m의 높이에서 걷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처음 보는 알프스의 풍광과 트레일의 녹색과 배치되는 멀리 보이는 설산과 뾰족 바위 등을 감상하면서 쉬엄쉬엄 가다 보니 어느덧 오르막의 정상에 이르렀다. 그 아래 얼음동굴을 품고 있는 메흐드글라스(Mer de Glace)가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메흐드글라스 얼음동굴을 품고 있는 메흐드글라스(Mer de Glace)가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뻗어 있다
ⓒ 백종인
내리막길을 따라 트레일의 종착지인 몽땅베르에 도착, 알프스가 보이는 식당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음은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 얼음동굴로 갈 차례였다.
그런데 트레일과 식당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나 보다. 얼음동굴에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샤모니로 가는 마지막 산악열차를 타기에는 시간이 빡빡했다. 얼음동굴을 뛰면서 보느냐, 편하게 산악열차를 타고 돌아가 샤모니를 즐기느냐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 얼음동굴을 포기했다.
▲ 락블랑 몽블랑이 호수에 그대로 반사되어 하늘로 치솟은 몽블랑과 호수에 비친 몽블랑 두 개가 동시에 목격된다
ⓒ 백종인
에귀디미디에서의 추위와 몽블랑의 기막힌 모습을 감상한 후, 프랑스 알프스에서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 일정은 락블랑(Lac Blanc)을 다녀오는, 몽블랑에서 손꼽히는 인기 있는 트레일을 걷는 것이었다.

락블랑은 이름 그대로 알프스 고산지대에 있는 하얀 호수인데, 하얗기는커녕 전날 갔던 쁠랑드레귀 옆에 있는 푸른 호수라 불리는 락블루(Lac Bleu)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랗고 웅장한 규모에 몽블랑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더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는 호수였다.

그러나 락블랑 하이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하이킹하는 내내 몽블랑의 경이로운 모습과 이를 둘러싼 눈 덮인 뾰족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 없이 사진기를 눌러 댔는데, 이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실제의 배경이 아니라 알프스를 찍은 대형 사진을 뒤에 놓고 사람이 살짝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 오, 몽블랑 락블랑 하이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하이킹하는 내내 몽블랑의 경이로운 모습과 이를 둘러싼 눈 덮인 뾰족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백종인
락블랑 트레일을 걷기 위해 우리는 기차와 곤돌라, 스키 리프트 등 세 가지 종류의 탈것을 거쳐야 했다. 우선 곤돌라를 탈 수 있는 레쁘하즈(Les Praz)까지 기차를 타고 가 그곳에서 곤돌라를 타고 라쁠레제르(La Flegere)에 도착한 후, 스키 리프트로 갈아타고 해발 2595m의 랑덱스(L'Index)까지 가야 트레일 출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랑덱스까지 가는 리프트는 올라갈 때는 몽블랑을 뒤로 놓고 내려올 때는 몽블랑을 앞에서 바라볼 수 있어 자꾸만 전화기를 꺼내 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하이킹이 힘든 사람들도 몽블랑을 즐기기 위하여 리프트를 이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워낙 높은 곳에서 시작해서인지 트레일은 어렵지 않았다. 자갈과 바위가 많은 것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힘들 때마다 몽블랑을 감상하는 것으로 휴식을 삼았다. 몽블랑이 호수에 그대로 반사되는 락블랑의 진수를 느끼려면 날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락블랑을 찾은 날의 날씨는 완벽했다.

하늘은 청명했고 바람도 거의 없어 우리는 하늘로 치솟은 몽블랑과 호수에 비친 몽블랑 두 개를 동시에 목격할 수 있었다.

완벽한 삼박자
▲ 하산길 몽블랑을 마주하는 링덱스로 돌아가는 길. 구름이 몽블랑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 백종인
락블랑은 위와 아래 두 부분으로 돼 있다. 아래 호수는 탁 트인 계곡에 있어 하늘과 몽블랑을 그대로 비추지만, 위에 있는 호수는 계곡 안에 숨어 있었다. 아래위 호숫가를 돌며 증명사진을 찍고 락블랑 산장에 앉아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후, 하산 길로 들어섰다.
락블랑으로 올라가는 트레일에서는 등 뒤에 있던 몽블랑이 링덱스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두 눈과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구름이 몽블랑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 덤으로 받은 산책길 머리를 스치는 신선한 바람과 귀를 맑게 해 주는 시냇물 소리, 눈의 피곤을 풀어주는 녹색 나무와 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눈 덮인 몽블랑이 보이는 완벽한 삼박자의 레쁘하즈와 샤모니 사이에 있는 숲길 산책로
ⓒ 백종인
이로써 사흘간의 몽블랑 여행도 끝나가고 있었다. 레쁘하즈에서 샤모니로 돌아갈 때는 기차 대신 걸어가기로 했다. 그저 시간 여유가 있어 걷기로 한 것인데 뜻밖의 행운이 기다릴 줄이야.

레쁘하즈와 샤모니 사이에 숲길 산책로가 있었고, 샤모니로 돌아가는 방향의 오른쪽에는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흐르고 왼쪽에는 몽블랑을 비롯한 주변 산세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머리를 스치는 신선한 바람과 귀를 맑게 해 주는 시냇물 소리, 눈의 피곤을 풀어주는 녹색 나무와 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눈 덮인 몽블랑, 완벽한 삼박자가 아닌가?

그랑발콘노드 트레일도 좋았고 에귀디미디는 황홀했지만, 앞의 두 날은 계획한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 세 번째 날의 락블랑 하이킹은 완벽한 산행에 예상 못한 산책로까지 덤으로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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