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 신뢰도 제고 위한 장기적 제도 개선 필요해” [리서치 분석③]
이창희 2024. 10. 14. 06:01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인터뷰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보고서를 사실상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처럼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플랫폼 제공과 증권사와 기업 및 관계기관의 이해상충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예년과 동일하게 올해도 국내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국내 기업 투자 분석 리포트가 개인투자자 투자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진행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들이 1월 발간한 국내 기업 대상 리서치 보고서 698건의 당시 목표주가를 9월30일 종가와 비교한 결과 평균 괴리율은 -19.9%로 전망치 도달에 실패했다. 아울러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비율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의견을 미제시한 보고서는 6.2%(43건)로 매도의견은 전무했다.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로 해석하는 중립의견을 표한 보고서는 9.8%(69건)로 절대적 소수에 그쳤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말 기준 국내 33개 증권사의 매수 비중은 85%, 중립 14.7%, 매도 0.3%로 집계됐다. 당시 자본연은 매수 의견 편중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에 이같은 실태에 대한 개선을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변도 리서치관행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리서치문화 정착을 위한 문제인식과 자정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효섭 실장은 매수 보고서의 수요가 매도 보고서보다 훨씬 많은 점을 문제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매수보고서 수요자는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거나, 투자 검토 예정인 국내외 연기금, 법인, 일반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등 매우 많지만 매도 보고서 수요자는 롱숏 전략을 주로 수행하는 헤지펀드, 그리고 해당 종목을 기보유한 일부 투자자로 한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무료이다 보니, 매도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면 해당 증권사 법인 영업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원인이다.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주로 주식, 채권 주문 및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증권사에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데, 증권사에서 매도리포트를 내면 해당 기업과의 영업관계, IR 등이 끊기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증권사 영업환경은 매도 보고서 작성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를 단기간에 해소하기엔 난관이 많다는 게 이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시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다 보니 부정적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해상충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수료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서치 보고서의 목표주가 신뢰도 문제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 한계점이 명확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오래전부터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괴리율이 높았던 문제가 있었다. 정확한 주가 예측을 위해서는 기업 재무·비재무정보의 엄밀한 분석 능력, 섹터 업황에 대한 예측, 매크로 시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애널리스트의 연차가 길지 못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국내 리서치 하우스에서 어시스턴트(RA)를 거쳐 정식 애널리스트가 된 뒤 특정 종목을 10년 이상 분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실장의 견해다. 그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지속적인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우선 해외처럼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독립 리서치업을 육성하고,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IR 협의회에서 수행하는 중소형주 특화 리서치센터도 보다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로 증권사와 기업, 연기금, 자산운용사 간 이해상충 해소가 필요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관행을 없애고, 연기금 위탁 증권사 선정 시 애널리스트 보고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IPO, 회사채 수수료 관행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수요를 확충해야 한다. 롱·숏 펀드 활성화가 필요하고,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포스텍에서 수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재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금융산업 제도 전반을 비롯해 주로 해외 제도 사례 분석 및 국내 시사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책보고서 발간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연구용역도 수행하는 자본시장 전문가다. 또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자문위원, 코스콤 경영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발전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보고서를 사실상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처럼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플랫폼 제공과 증권사와 기업 및 관계기관의 이해상충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예년과 동일하게 올해도 국내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국내 기업 투자 분석 리포트가 개인투자자 투자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가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진행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들이 1월 발간한 국내 기업 대상 리서치 보고서 698건의 당시 목표주가를 9월30일 종가와 비교한 결과 평균 괴리율은 -19.9%로 전망치 도달에 실패했다. 아울러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비율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의견을 미제시한 보고서는 6.2%(43건)로 매도의견은 전무했다.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로 해석하는 중립의견을 표한 보고서는 9.8%(69건)로 절대적 소수에 그쳤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말 기준 국내 33개 증권사의 매수 비중은 85%, 중립 14.7%, 매도 0.3%로 집계됐다. 당시 자본연은 매수 의견 편중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에 이같은 실태에 대한 개선을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변도 리서치관행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리서치문화 정착을 위한 문제인식과 자정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문제 해결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효섭 실장은 매수 보고서의 수요가 매도 보고서보다 훨씬 많은 점을 문제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매수보고서 수요자는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거나, 투자 검토 예정인 국내외 연기금, 법인, 일반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등 매우 많지만 매도 보고서 수요자는 롱숏 전략을 주로 수행하는 헤지펀드, 그리고 해당 종목을 기보유한 일부 투자자로 한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무료이다 보니, 매도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면 해당 증권사 법인 영업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원인이다.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주로 주식, 채권 주문 및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증권사에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데, 증권사에서 매도리포트를 내면 해당 기업과의 영업관계, IR 등이 끊기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증권사 영업환경은 매도 보고서 작성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를 단기간에 해소하기엔 난관이 많다는 게 이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시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다 보니 부정적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해상충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수료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서치 보고서의 목표주가 신뢰도 문제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 한계점이 명확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오래전부터 애널리스트 목표주가 괴리율이 높았던 문제가 있었다. 정확한 주가 예측을 위해서는 기업 재무·비재무정보의 엄밀한 분석 능력, 섹터 업황에 대한 예측, 매크로 시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애널리스트의 연차가 길지 못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국내 리서치 하우스에서 어시스턴트(RA)를 거쳐 정식 애널리스트가 된 뒤 특정 종목을 10년 이상 분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실장의 견해다. 그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지속적인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우선 해외처럼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독립 리서치업을 육성하고, 유료 기반 리서치 보고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IR 협의회에서 수행하는 중소형주 특화 리서치센터도 보다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로 증권사와 기업, 연기금, 자산운용사 간 이해상충 해소가 필요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관행을 없애고, 연기금 위탁 증권사 선정 시 애널리스트 보고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IPO, 회사채 수수료 관행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수요를 확충해야 한다. 롱·숏 펀드 활성화가 필요하고,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포스텍에서 수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재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금융산업 제도 전반을 비롯해 주로 해외 제도 사례 분석 및 국내 시사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책보고서 발간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연구용역도 수행하는 자본시장 전문가다. 또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자문위원, 코스콤 경영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발전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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