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의 미래를 묻다] 무한한 에너지를 원한다면 태양을 가둬라
만약 먼 미래 지구에 존재하는 양만으로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이론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1923~2020)이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에너지는 결국 대부분 태양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태양이 뿜어내는 전체 에너지 중에서 아주 미미한 양만 수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태양 빛 중에서 지구의 표면에 닿는 양이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태양을 구의 형태를 지니는 구조로 완전히 가둘 수 있다면 태양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모두 수확할 수 있다. 이러한 구체를 ‘다이슨 스피어’(Dyson sphere)라고 부른다. 다이슨은 고도로 진보한 문명은 반드시 그것이 기반한 행성에 존재하는 양만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므로 언젠가 다이슨 스피어를 건설해 행성계의 별의 에너지를 완전히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때문에) 바깥쪽으로 적외선을 복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에 의하면, 적외선을 복사하는 별을 찾으면 곧바로 고도로 진보한 외계 문명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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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에너지 일부만 쓰는 인류
인공 핵융합으로 태양을 모사
수소폭탄도 핵융합 반응 원리
세계 주요국 핵융합 발전 도전
」
그렇다면 태양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간단히 말해, 태양 에너지는 수소의 원자핵, 즉 양성자들이 핵융합을 일으켜 헬륨의 원자핵을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량 손실이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법칙에 따라 에너지로 변환되어 만들어진다. 여기서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드러난다. 같은 전기 전하를 지니는 양성자들은 서로 강하게 밀어낸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양성자들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 태양은 무지막지한 중력으로 양성자들을 뭉칠 수 있다. 말하자면, 태양은 중력으로 가두는 핵융합 원자로다. 그럼 혹시 중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핵융합을 가둘 수 있을까?
레이저로 가두는 핵융합
우리는 이미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 바로 수소 폭탄이다. 간단히 말해, 수소 폭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으로 이루어진 핵분열 폭탄을 기폭제로 활용해 수소의 무거운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도록 초고온-초고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수소 폭탄의 외피에 설치된 핵분열 폭탄의 폭발은 강한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이 충격파는 내부에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강하게 압축해 핵융합을 일으킨다. 문제는 수소 폭탄의 폭발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수소 폭탄의 크기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아주 작게 만들면 어떨까? 이것이 다름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한 ‘관성 가둠 핵융합’의 기본 아이디어다. 중수소와 삼중주소를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구슬에 담은 후 사방에서 레이저를 쏘면 구슬 표면이 폭발한다. 이때 발생한 충격파는 구슬 내부를 강하게 압축한다. 이로 인해 구슬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충분히 높아지면 마치 수소 폭탄에서처럼 중수소와 삼중수소 사이에 핵융합이 일어난다.
2022년 12월 5일, 미국의 핵융합에너지실험시설인 국립점화시설(NIF)은 사상 처음으로 투입된 레이저의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핵융합을 통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점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레이저 발생 장치의 효율은 좋지 못하다. 실제로 국립점화시설에서 사용된 레이저 발생 장치는 사용 전력 대비 단지 1% 정도의 에너지만 레이저로 변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총 투입된 에너지의 약 1%에 해당하는 전력만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실용적인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중수소-삼중수소 구슬의 크기를 키우는 등 규모를 전체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자기장으로 가두는 핵융합
지금까지 실용화에 가장 가까운 핵융합 발전 방법은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자기 가둠 핵융합’이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뜻한다. 플라스마 속 전기 전하를 띠는 입자들은 자기장이 걸린 공간에서 회전 운동을 하며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원통 주변으로 전선을 돌려 감은 솔레노이드 형태의 전자석은 내부에 균일한 자기장을 형성해 플라스마를 그 안에 가둘 수 있다. 다만, 솔레노이드는 양 끝이 뚫린 구조라 플라스마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솔레노이드를 도넛 모양으로 구부러뜨려 양 끝을 연결하면 된다. 이 도넛 모양의 솔레노이드가 바로 토카막(Tokamak)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토카막을 이용하는 핵융합 원자로에서 점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10월 24일, 초대형 토카막을 이용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영어 약자로 ‘ITER’(라틴어로 ‘길’이라는 뜻)의 건설 및 운용을 위한 국제기구가 설립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7개국 공동체가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ITER는 현재 프랑스 남부의 카다라쉬에 건설되고 있으며, 2039년 정상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카막의 성공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플라스마 난류다. 난류에 빠진 플라스마는 자기장의 속박을 벗어나 토카막의 내부 벽에 부딪힌 후 차갑게 식어버린다. 차갑게 식은 플라스마는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무한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플라스마, 즉 인공 태양을 잘 가두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각도 전 세계 핵융합발전 연구자들은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에게 무운을 빈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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