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돈 푸는 중앙은행, 채권값·주가지수 상승 가능성 커져

2024. 10. 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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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글로벌 유동성 증가 시대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중국인민은행(PBOC)도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가장 먼저 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도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 시대가 재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3번의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첫 번째는 2000년 정보통신(IT) 혁명 거품의 붕괴이고, 두 번째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한 금융위기였다.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대봉쇄(Great Lockdown)로 세계 경제는 세 번째 침체를 경험했다. 위기 때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큰 역할을 했다.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했고, 양적완화(QE)를 통해 통화 공급을 대폭 늘렸다.

「 미·유럽 이어 한은도 금리 인하
중국인민은행은 통화 공급 확대

미국, 시장금리 하락 이어질 듯
주식 시장 거품은 더 커질 수도

중국, 주가지수 상승 확률 높아
한국, 증시 저평가 정도 확대돼

경제 위기마다 ‘마셜케이’ 급증
한 나라의 경제 규모보다 통화량이 얼마나 풀렸는가는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마셜케이(Marshallian k)’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광의통화(M2)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위기가 오면 예외 없이 마셜케이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이뤄진 대봉쇄 때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마셜케이가 급증했다. 미국이 그랬다. 2019년 말에 0.69였던 마셜케이가 2020년 2분기에는 0.89로 두 분기 만에 28.8%나 증가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렇게 급증한 통화는 채권과 주식 시장에 거품을 초래했다. 2020년 8월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51%까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면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3~12월에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이 68% 오르는 등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과 더불어 Fed의 통화 정책은 실물 경제 회복에도 크게 기여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실질 GDP 기준)은 2020년 -2.2%로 역성장했지만, 2021년에는 6.1%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같은 기간 -2.5%에서 8.8%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화 증가에 따른 초저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총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경제성장률과 함께 물가상승률도 높아졌다. 특히 통화량 증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했는데, 그런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다. 2020년 1.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에는 8.0%로 1981년(1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크게 웃돌다 보니 Fed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2월 0.0~0.25%였던 기준금리가 2023년 7월에는 5.25~5.5%까지 인상됐다. 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 긴축(QT)으로 통화량이 실물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 결과 마셜케이가 2020년 2분기 0.89에서 지난 2분기에는 0.72로 18.5% 낮아졌다. 통화량의 상대적 감소에 따라 미 10년 물 국채 만기 국채 수익률도 2023년 10월에는 거의 5%에 근접할 정도로 올랐다.

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킨다. 필자가 분석해보면 그 효과는 13~18개월 뒤에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제 미국 경제의 총수요 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함께 낮아지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완만하게 진행되느냐 아니면 급하게 가느냐에 있다. 미국 경제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탄력적이다. 특히 고용이 그렇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줄고 기업들은 그해 3~4월에 일자리를 2189만 개나 줄였다. 그 전까지 거의 10년간 늘었던 일자리를 단 두 달 사이에 줄인 셈이다. 그 이후 지난달까지 미국의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은 2868만명 늘었다.

미국, 성장률·물가 동시 하락 국면
그러나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그동안 일자리를 너무 많이 늘렸다고 생각한 기업 경영자들은 갑자기 일자리를 없애버릴 것이다.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Fed의 점도표에 중립금리가 2.9%로 나타나 있는 것처럼, 2026년까지 Fed는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4분기부터는 다시 마셜케이가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다. 이를 기대하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최근 3.7%까지 하락했는데, 앞으로 마셜케이의 증가와 함께 시장금리 하락 추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마셜케이로 2024년 2분기 미 10년 국채 수익률(분기 평균)의 적정 수준을 추정하면 2.45%로 실제(4.31%)보다 훨씬 낮았다.

문제는 주식 시장이다. 마셜케이와 S&P500 사이에 상관계수가 0.86인 것처럼, 마셜케이가 증가할 때 주가지수도 상승했다. 2020년 3분기에서 지난 2분기에 마셜케이가 18.5% 감소했는데도 같은 기간 S&P500은 76.1% 상승했다.

마셜케이만으로 S&P500을 추정하면, 2024년 2분기 S&P500이 124%나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마셜케이가 증가하면서 주가지수는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주식 시장에 거품이 커지고 후유증도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증시 부양 나서는 중국
중국의 마셜케이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0년 1.78이었던 마셜케이가 2020년에는 2.13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2.32로 더 높아졌다. 최근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낮다. 2023년 소비자물가는 0.2% 상승에 그쳤다. 올해 1~9월 물가상승률도 0.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물가 상승률이 낮은 만큼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있다. 인민은행은 2018년 이후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정책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도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대형은행 8.5%→8.0%, 중소형 6.5%→6.0%)했고,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逆)레포 금리(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도 1.7%에서 1.5%로 내렸다. 이에 더해 모기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부동산 부양 의지를 나타냈다. 보험과 증권회사 등에 주식 매입을 위한 5000억 위안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도 마련해 주식 시장도 부양하고 있다. 부양 정책 발표 후 상하이종합지수는 4일 만에 21.4%나 급등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마셜케이는 2.31이다. 2000~23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중국의 마셜케이가 1% 증가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주가지수는 16.9% 저평가됐고, 올해 2분기에도 16.3%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에 따라 앞으로도 마셜케이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주가지수도 더 상승할 확률이 높다.

한국, 통화량 느는 데도 주가 하락
우리나라 마셜케이도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한 단계씩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0.86(1996년)이었던 마셜케이는 1998년에는 1.20으로 39.2%나 증가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이후에도 또 한 단계 올라갔다. 2019년에 1.41이었던 마셜케이는 2022년에는 1.64로 15.9% 증가했다. 그 이후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올해 2분기에는 1.58까지 하락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그러나 올해 4분기 이후에는 마셜케이가 다시 상승 추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1.6%로 안정됐고, 가계 대출 증가세 둔화와 함께 수도권 집값 상승률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이전에 이미 통화 증가율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2.2%였던 M2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이 지난 7월에는 6.2%로 상승했다.

2000~23년 통계로 회귀분석해보면 마셜케이가 1% 증가할 때 코스피는 2.6% 상승했다. 올해 2분기 마셜케이는 1.58이고 이에 따른 적정 코스피는 3081이었다. 6월 말 코스피가 2797.82였던 것을 고려하면 코스피는 9.2% 저평가된 셈이다. 그 이후 주가는 더 하락했고 마셜케이는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가 저평가 정도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서 소비 등 수요 위축으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먀샬케이가 증가할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각국의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주가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자산 중 채권과 주식 비중을 늘려도 될 시기인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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