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다 때가 있다

김현길 2024. 10. 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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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가 있다."

배달의민족이 한창 존재감을 키워가던 여러 해 전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가 건넨 때수건에 적힌 문구를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 문구처럼 배달의민족은 때를 만난 듯 훨훨 날았다.

해법을 찾기 위해 양측이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겉도는 사이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은 강도를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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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경제부 차장


“다 때가 있다.”

배달의민족이 한창 존재감을 키워가던 여러 해 전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가 건넨 때수건에 적힌 문구를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때수건을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어 건넨 자체도 신선했지만, 때(Dirt)와 때(Time)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중의적이면서 짧은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회사들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발상과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우아한형제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이 문구처럼 배달의민족은 때를 만난 듯 훨훨 날았다. 사업 초기 전단지를 모아 음식점 연락처를 확보했다는 김봉진 전 대표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대표되는 튀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혔고, 회사 몸집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김 전 대표 역시 국내 스타트업 성공 신화 반열에 올랐다. 창업, 투자 유치, 성장에 이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김 전 대표가 2019년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와 40억 달러에 매각 계약을 체결한 후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됐지만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앱을 찾는 이들이 더 늘며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 영업이익 69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20%를 넘겼다.

그런 배달의민족이 어느 순간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다. 광고비, 수수료 등을 둘러싸고 자영업자들과 갈등을 되풀이하다 지난 7월 수수료 인상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법을 찾기 위해 양측이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겉도는 사이 배달의민족에 대한 비판은 강도를 더해갔다.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 나온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우아한형제들이 아니라 추악한형제들로 회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플랫폼(Platform) 서비스를 둘러싼 잡음은 배달의민족에 한정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과 경쟁하는 쿠팡이츠의 모회사 쿠팡,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세부 위반 내용에선 차이가 있으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혐의를 받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들 플랫폼 서비스는 사업 초기 프로모션과 마케팅 등으로 고객을 최대한 확보한 후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선 뒤부터 물의를 일으킨다는 공통점도 있다. 우월적 지위에 올라선 후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거나 서비스 제한 등으로 위협하며 영업 비밀을 제공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플랫폼의 어원은 중세 프랑스어 평평한 판(plate-forme)에서 왔다고 한다. 평평하게 누구나 타고 내릴 수 있는 기차역 플랫폼처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양측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것이 플랫폼 서비스의 본질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플랫폼 서비스의 한 축인 자영업자나 소규모 판매업자 등이 자신을 옭아매려는 플랫폼을 향해 지르는 비명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은 몇 년째 이어지는 내수 부진의 한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이들이다.

지금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이들의 불만이 더 크게 들리지만, 플랫폼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다른 축인 소비자가 괜찮으리란 보장은 없다. 소비자가 돌아서면 상황을 되돌리긴 더 힘들다. 반데피트 대표는 국감에서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협의해 나가면서 장기 관점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그간 잘못이 있었다면 아직 기회가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한다. “다 때가 있다.”

김현길 경제부 차장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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