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피타고라스와 AI
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가 한국인 작가 한강에게 갔다는 경이로운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지위에 대해 새삼 감탄했다. 내가 있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도 컴퓨터공학과 제프리 힌턴 교수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함으로써 토론토 대학 역사상 네 번째로 노벨상을 받은 교수가 됐다. ‘인공지능(AI)의 대부’로 알려진 힌턴 교수는 이미지 등의 데이터를 식별하고 새로운 예를 생성할 수 있는 ‘볼츠만 머신’이라는 네트워크를 발명,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초를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물리학상이 AI 관련 컴퓨터 공학자에게 간 사실은 이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입증한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기술, 기초 과학 연구와 의료 영상 분석 등에도 AI 기술이 사용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번 노벨상 수상자 힌턴과 홉필드 교수 모두 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인간의 이해나 도덕성을 넘어서는 AI의 기술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추세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을 계산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대 사회의 경향은 서양 지적 역사의 토대를 이루는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학파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그들을 단순히 기초 수학의 선구자로 알고 있지만, 숫자로 모든 만물의 본질과 우주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는 실증주의적인 개념은 철학은 물론 천문학·공학·물리학 등의 기초가 되었고, 예술 전통의 기반도 다졌다. 세밀한 비율로 계산되는 이상적인 인체 조각상과 수학적인 비율로 수천 개의 대리석을 정밀하게 조립해 만든 파르테논 신전이 대표적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밑바탕에 깔린 깊은 종교적·도덕적 맥락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강의 작품 세계도 시세에 휩쓸려가기만 하는 역사의 천류(淺流)에 대해 인간의 내면적 성찰, 그리고 역사의 가치를 묻고 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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