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53만부 불티’ 한강이 부른 독서 열풍… 지속·확산 가능성엔 갸우뚱

맹경환 2024. 10. 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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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출판계에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이 받은 부커상의 올해 수상 작가인 독일 예니 에르펜베크가 2018년 국내 출간한 '모든 저녁이 저물 때'는 절판됐지만 중고 서점에서 9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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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드롬]
다른 문학작품으로 붐 기대크지만
노벨상 이벤트만으론 한계 지적
일시적 아닌 장기적 기획·투자 절실
1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의 국내도서가 일시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시민들은 교보문고 앞에 설치된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맨 오른쪽 사진은 한강이 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독립서점 ‘책방오늘’ 유리창에 이웃이 남긴 축하 편지. 연합뉴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출판계에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책 안 읽는’ 한국에서 독서 열풍이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13일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 20위권에는 최근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제외하면 모두 한강의 작품이 포진해 있다. 대표작은 물론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같은 시집과 ‘노랑무늬 영원’ 등 단편소설집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는 지난 10일 밤부터 이날 오후까지 한강의 작품이 53만부가량 팔렸다. 해외에서도 ‘한강 열풍’이 감지된다. ‘한강 특별전’이 진행된 영국 대형서점 포일스의 런던 채링크로스 본점에서도 순식간에 물량이 소진됐다.

한강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관심은 다른 문학작품으로 옮겨갈 조짐이다. 한강이 받은 부커상의 올해 수상 작가인 독일 예니 에르펜베크가 2018년 국내 출간한 ‘모든 저녁이 저물 때’는 절판됐지만 중고 서점에서 9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 작품들도 최근 3일간 판매가 110배 늘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다른 장르와 달리 문학은 확장 효과가 크다”면서 “보통 독자들은 서점에 가서 한강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한강 이펙트’가 다른 문학작품들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문학을 넘어서 인문학 등 전반적인 책 읽기로 확산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중 일반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쳐 1994년 이후 최저 상황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이벤트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한강에서 시작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강 작품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서점에서는 한강 문학의 특징인 ‘역사적 트라우마’나 ‘개인의 무너진 일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책을 담아내는 기획전 등 독서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판 시장은 워낙 침체돼 있어 정부 지원에 전체 시장이 좌우되는 경향이 심하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각종 출판 지원 예산은 삭감된 상황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일 ‘책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내년엔 올해 예산보다 30억원 정도 더해 독서 진흥, 지역서점 지원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올해 삭감됐던 예산을 지난해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에 불과하다.

염종선 창비 대표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며 한국 축구가 국민 관심과 지원 속에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다”면서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판 인프라와 도서관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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