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사항은?

2024. 10. 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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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 압수수색’(21)]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수사기관은 조용하게 압수수색에 착수해서, 갑자기 영장을 제시합니다. 영장을 받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기관에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도, 막상 본인이 범죄 의혹이 있는 당사자로 영장을 받으면 무척 당황합니다. 하물며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의 경우에는 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일단 형식적인 부분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압수수색영장은 크게 ‘표지’,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이 한 묶음의 서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의 ‘표지’부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표지의 상단을 보면 어느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었는지, 피의자(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가 누구인지, 그 죄명이 무엇인지, 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의 경우에는 영장 1부를 복사해서 주도록 법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참고인은 단순하게 확인만 할 수 있습니다. 즉 일차적으로 확인을 해야 하는 사항이 자신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를 확인한 후 피의자라면 영장 사본 1부를 달라고 하면 됩니다. 본인의 신분에 대한 이해가 첫 번째 확인 사항입니다.

두 번째로는 본인의 혐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떠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 필요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당사자 등에 관한 내용 이후에는 ‘압수, 수색, 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 부분과 ‘수색, 검증할 장소, 신체, 물건’, ‘압수할 물건’ 부분이 이어집니다. 보통은 “별지 기재와 같다”라고 적혀있고, 표지의 다음 장에 ‘별지’로 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별지로 내용을 분리하여 작성하는 이유는, 표지 중 할당된 칸에 내용을 모두 적지 못할 만큼 내용이 많거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특히 영장에서 꼼꼼하게 세밀하게 봐야 하는 부분이라, 추후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압수할 물건’ 다음에 적혀있는 ‘일부 기각 및 기각의 취지’란, 검사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범위를 정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그중 일부분에 대해 판사가 압수 수색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어떤 부분을 기각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표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부분에 체크 표시가 되어 있다면 뒷장의 압수할 물건이나 압수수색 할 장소에 무엇을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도록 그어 버렸는지(기각하였는지) 더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압수수색 현장을 가보면, 법원에서 “범죄 혐의 등을 고려할 때 청구한 영장 중 000 물건과 000 장소는 불필요하다”며 삭선을 그어 압수를 제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장을 꼼꼼하게 확인하여, 법원이 제한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표지에 나와 있는 ‘유효기간’과 ‘일출 전 일몰 후 집행’ 부분도 상세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영장은 판사가 부여한 유효기간 안에 사용해야 합니다. 영장에 의한 수사 자체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은 수사기관이 유효적절하게 강제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인이 무방비로 인권침해를 당할 수 있는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장을 사용할 수 있는 적정한 기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영장의 유효기간이 지나 버리면 압수수색을 시작할 수 없고 수사기관은 영장을 법원에 반환해야 합니다.


한편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주간에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압수수색을 시작해야 하거나, 압수수색이 길어져 야간에도 계속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면 검사는 일출 전 일몰 후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를 판사에게 설명하여 야간에도 할 수 있는 영장을 받게 됩니다. 너무 이른 새벽이나 밤에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영장에 “이 영장은 일출 전,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다”라는 파란색 도장이 찍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을 때 확인해야 할 부분들에 관해 설명하였습니다. 다음번에는 ‘별지’로 별도 기재되어 있는, ‘압수, 수색, 검증을 요하는 사유’ 부분과 ‘수색, 검증할 장소, 신체, 물건’, ‘압수할 물건’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형사대응팀, 압수수색대응팀.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쫄지 마, 압수수색”(2024. 6. 좋은땅 출판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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