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소설" 정유라까지 저격…'한강 노벨상' 좌우전쟁 조짐
김규리 작가 "중국 작가 받았어야"
허은아 "대한민국 보수 5·18 폄훼 고립만 자초"
"한강 블랙리스트 올린 자들, 부끄러울까
소설가 한강(54)의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저격이 잇따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작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의 작품들이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리다. 진보 진영에선 한 작가가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을 들어 보수진영과 각을 세웠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 중인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사 왜곡으로 쓴 소설로 받은 상에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주 4·3 사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옹호를 소설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그동안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이 없었으니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우파 역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고 올렸다.
정씨는 “원래 좌파는 감성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 그 부분이 우파와 좌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상을 받건 왜곡한 것은 왜곡한 것이다”고 썼다.
이어 “여전히 명단조차 밝히지 못하는 유공자에 대해 그 명단을 밝히라고 하면 죽일 ○○ 되는 나라가 정상이 맞냐. 역사 위에 노벨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을 비판하면서 한씨의 노벨 문학상을 옹호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규나 작가는 5·18 민주화 운동을 '오쉿팔'이라고 표현하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노벨 가치 추락, 문학 위선의 증명, 그리고 역사 왜곡의 정당화"라며 "시대의 승자인 건 분명하나 역사에 자랑스럽게 남을 수상은 아니다"고 적었다.
이어 "꼭 동양권에 주어야 했다면 중국의 옌롄커가 받았어야 했다"며 "올해 수상자(한강)와 옌롄커의 문학은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무게와 질감에서, 그리고 품격과 감동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 둘을 비교하고도 그녀를 선택한 거라면 한림원 심사 위원들 모두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이거나, 혹은 명단 늘어놓고 선풍기 돌렸을 거다. 아님 여자라서?”라고 한강 작가의 수상을 평가 절하했다.
김 작가는 "수상 작가가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 왜곡"이라며 "'소년이 온다'는 오쉿팔(5·18 민주화운동)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사삼(4·3) 사건이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썰을 풀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림원이 저런 식의 심사평을 내놓고 찬사했다는 건, 한국의 역사를 뭣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저 출판사 로비에 놀아났다는 의미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스24 홈페이지 작가 설명에 따르면 김 작가는 2006년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2007년 단편소설 ‘칼’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17년엔 첫 장편 소설 ‘트러스트미’를 출간했다. 현재는 조선일보에 ‘소설 같은 세상’이란 이름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에 단편 소설도 연재하고 있다.
이 같은 글들이 잇따르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해지자 이른바 '보수우익'을 자처하는 일부 사람들이 5·18을 폄훼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고 있다"며 "그릇된 사고관이 원칙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보수는 영원히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허 대표는 "경기도 교육청이 '소년이 온다'를 유해 도서로 분류해 각급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려졌다"며 "5·18 폄훼, 검열과 규제, 참 지긋지긋하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렇게 5·18을 깎아내리고 광주를 조롱해 얻으려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진보진영에선 한 작가가 보수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을 부각하며 반격에 나섰다. 문화평론가 출신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서 “노벨 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는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던 작가”라고 썼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5·18을 폄훼한 자들,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았던 자들, 한강을 문화예술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자들은 부끄러워하고 있을까"라며 "아닐 것이다. 이러한 망발을 일삼은 자들은 반성 없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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