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서

유지영 2024. 10.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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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시민 8명이 시간을 내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두레생협에서 일하는 유경순씨가 갖고 온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를 빵이랑 같이 나눠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도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 등 팔레스타인의 최근 상황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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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집단 학살 1년, '팔레스타인 대화모임' 찾아

[유지영 기자]

 1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의 플랫폼C 사무실에서 열린 제6차 팔레스타인 대화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대화모임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집단 학살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지난 2023년 10월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이날 팔레스타인 대화모임에는 각지에서 모인 시민 8명이 참석했다.
ⓒ 유지영
오후 7시,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시민 8명이 시간을 내어 한자리에 모였다. 막 퇴근해 발걸음을 서두른 탓에 도착해서 의자에 앉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도 있었다. 이들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하나,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대화모임에 방문했다. 이날의 대화모임은 6회차였다. 대화모임은 시간이 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무어라도 하고 싶은 개인"이 대화모임에 참여한다. 대화모임 구성원은 그래서 조금씩 달라진다.

첫 대화모임부터 지금까지 6회를 모두 참석한 조앤(활동명)씨는 "작년(2023년) 10월 7일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이 너무 충격적이라 무력감을 느끼다가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라면서 "집회에도 나가지만 (무대 발언을 듣고 돌아오는 등) 일방적이라, 팔레스타인에 대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만나 여기서 대화를 한다"라고 말했다.

조앤씨는 "여기서 들었던 이야기를 나중에 가족들이나 직장 동료들이랑 나누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도 얻어간다"라고 전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최하나씨 역시 "그간 팔레스타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받은 이메일에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화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아닌가 싶어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 모임을 처음으로 기획한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인 소방도로(활동명)씨는 "'우리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뭡니까?'라는 질문에 한 팔레스타인인이 '우리 이야기를 좀 세상에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던 어느 만화가 기억났다. 그러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에 대해) 알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소방도로씨는 "대화모임을 여러 번 하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그러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되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앞으로도 대화모임을 계속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답 없는 질문에 정답 없는 말 걸기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한 가지 주제를 설정해 두고 만난다. 이날 대화모임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과 집단 학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화를 같이 보거나 책을 읽고 추천하는 등의 대화도 이어진다.

이날 기자도 대화모임의 주제인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소소의책)라는 제목의 책을 추천받았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두레생협에서 일하는 유경순씨가 갖고 온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를 빵이랑 같이 나눠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도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 등 팔레스타인의 최근 상황을 공유했다.

"우리가 그냥 멀리서 이렇게 듣기만 해도 절망감이 느껴지는데 팔레스타인에 사는 사람들이 느낄 절망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답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막막한 질문에도 몇 초간 고민해 누군가 말을 꺼내고, 곧 대화가 다시 오간다.

이들은 대화모임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대화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전지윤씨는 "집에서 혼자 울고 아파할 게 아니라 이렇게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라면서 "대화모임을 하고 집에 돌아가도 더는 혼자가 아니고 팔레스타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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