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계에 '한글이 온다'
[황융하 기자]
최근 3년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은 문학계의 변화와 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1년 탄자니아 출신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수상했다. 작품 <천국 (Paradise)>은 식민주의의 상처와 이민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동아프리카의 식민 역사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탐구하며, 제국주의에 의해 왜곡된 삶의 양상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를 통해 비서구적인 시각이 현대문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 Poster Annie Ernaux의 저서 '바깥 일기(Journal du dehors)'와 연결한 사진 전시. photograph by Dolores Marat. |
ⓒ https://www.annie-ernaux. |
▲ Jon Fosse 2023년 노벨문학상 수장 작품 |
ⓒ https://booksfromnorway.c |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동아시아 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수상이 더해지며 그녀의 문학적 가치는 더욱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이다.
특히,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이 국제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한글의 표현력과 고유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번역은 작가의 호흡만큼이나 중요하다. 언어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지닌 세밀한 감정과 문화적 배경을 온전히 전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독립적 감탄사 하나로 채워진 활자만으로도 작가의 긴장과 숨결을 따라 흐르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하는 일이다. 문체의 결을 고유하게 추적하되 감정의 파고를 유지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 오후 1시께,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한 책방 앞에 그의 책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
ⓒ 박수림 |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번역가들의 탁월한 노력이 있다. 데보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면서 한강의 섬세한 문체와 감정을 충실히 살렸고, 영어 독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왔다. 더군다나 한강 작품에 담긴 미묘한 감정선과 상징성을 놓치지 않고 살려내는 작업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에서 한국어의 고유한 시적 리듬과 깊은 정서는 번역을 통해서도 그 울림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언어적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한강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② 빛나는 몇몇 별들 빼고 캄캄한 한국 문학계(https://omn.kr/2aihy)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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