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계에 '한글이 온다'

황융하 2024. 10.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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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최근의 경향과 한국 문학의 위상 ①

[황융하 기자]

최근 3년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은 문학계의 변화와 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1년 탄자니아 출신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수상했다. 작품 <천국 (Paradise)>은 식민주의의 상처와 이민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동아프리카의 식민 역사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탐구하며, 제국주의에 의해 왜곡된 삶의 양상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를 통해 비서구적인 시각이 현대문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다음 해인 2022년에는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단순한 열정>(Simple Passion)과 같은 자전적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적·정치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였다. 특히 여성의 삶과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며, 사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독자가 그녀의 글에 공감한 이유이기도 하다.
▲ Poster Annie Ernaux의 저서 '바깥 일기(Journal du dehors)'와 연결한 사진 전시. photograph by Dolores Marat.
ⓒ https://www.annie-ernaux.
2023년 노벨문학상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Fosse)에게 수여되었다. 포세는 '뉘노르스크'(Nynorsk)라는 소수 언어로 작업하며, 최소한의 대사와 간결한 서술로 깊은 감정과 철학적 질문을 담아낸다. 욘 포세는 인간의 소외와 소통의 어려움을 탐구하며, 극도로 절제된 문체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심오하게 다룬다. 이러한 독창적인 접근으로 '21세기의 사무엘 베케트'로 불리며 문학적 위상이 확립되었다. 그의 수상은 소수 언어와 실험적 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성취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와 영향력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비서구 문학, 개인의 서사,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문학을 통해 더 큰 담론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만큼 문학적 성취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대변하는 문학을 조명하는 상이 되었다. 더하자면 문학이 시대를 성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자로서 부응한다는 걸 집중 조명하는 셈이다.
▲ Jon Fosse 2023년 노벨문학상 수장 작품
ⓒ https://booksfromnorway.c
한강의 수상과 유의미성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동아시아 문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수상이 더해지며 그녀의 문학적 가치는 더욱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이다.

특히,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이 국제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한글의 표현력과 고유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번역은 작가의 호흡만큼이나 중요하다. 언어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지닌 세밀한 감정과 문화적 배경을 온전히 전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독립적 감탄사 하나로 채워진 활자만으로도 작가의 긴장과 숨결을 따라 흐르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하는 일이다. 문체의 결을 고유하게 추적하되 감정의 파고를 유지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번역을 언어 너머의 관계 맺기로 다리에 비유하자면, 출렁다리이거나 돌다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작품마다 내재한 고유한 아름다움과 사유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본연의 역할이 항상 주요하다. 한국어는 시적이고 다층적인 표현이 무궁무진하게 가능하지만, 오히려 번역 과정에서 난점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 우수한 분들의 노력으로 번역의 질이 높아지며, 언어적 특성이 세계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해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 오후 1시께,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한 책방 앞에 그의 책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 박수림
고유 언어에 깃든 미묘한 표현들이 번역 과정에서 사라질 때, 작품이 지닌 고유한 매력은 소실된다. 그러면 원작은 본래의 깃털을 잃고 땅에서만 뛰어다니는 새처럼 자기 생명이 변형된 채 살아가게 된다. 최근 번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이로써 한국 문학은 앞으로도 국제 문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번역의 충실성은 성취의 핵심 요소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번역가들의 탁월한 노력이 있다. 데보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면서 한강의 섬세한 문체와 감정을 충실히 살렸고, 영어 독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왔다. 더군다나 한강 작품에 담긴 미묘한 감정선과 상징성을 놓치지 않고 살려내는 작업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에서 한국어의 고유한 시적 리듬과 깊은 정서는 번역을 통해서도 그 울림을 잃지 않았다. 이러한 언어적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한강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빛나는 몇몇 별들 빼고 캄캄한 한국 문학계(https://omn.kr/2aihy)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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