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찾은 LG·응원석 응시한 쿠에바스, KT 마법의 끝엔 낭만이 있었다

윤승재 2024. 10. 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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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LG트윈스의 2024 신한쏠뱅크 KBO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가 4-1 승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종료후 양팀선수들이 격려와 위로를 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10.11.


마법은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낭만이 있었다. KT 위즈가 길었던 2024 시즌을 마무리했다. 

KT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에서 1-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KT는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가을야구 무대를 마쳤다. 

졌지만 잘 싸웠다.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2~3차전을 내리 패했지만 4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하며 5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왔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명승부를 펼쳤다. 

KT의 마법이 끝난 순간, 진한 여운도 남았다. 

1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LG트윈스의 2024 신한쏠뱅크 KBO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가 4-1 승리,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종료후 양팀선수들이 격려와 위로를 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10.11.


KT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온 순간이었다. 더그아웃 밖에서 선수단을 응원하던 '주장' 박경수도 그라운드로 나와 3루 원정팀 응원석을 바라봤다. 그때 LG 선수들 일부가 KT 선수단 쪽으로 넘어왔다. 김현수와 오지환, 허도환, 임찬규 등 고참 선수들이 박경수를 찾았다. 박경수는 그들과 포옹하며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KT의 가을야구 탈락과 함께 박경수의 선수 생활도 마침표를 찍었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으나, 이강철 감독의 권유로 1년 더 KT와 선수 계약을 맺고 올해 한 시즌을 보냈다.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서는 시간은 적었지만, 배팅볼 코치나 더그아웃 리더로서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은퇴 시즌을 치렀다. 후배 선수들은 박경수의 선수 생활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기 위해 가을야구에서 힘을 냈지만, 준PO가 마지막이었다.  

누구보다 아쉬웠을 법한 가을야구 탈락, 하지만 박경수는 묵묵히 주장의 역할을 해냈다. 후배들의 자리를 뺏지 않기 위해 엔트리 합류를 고사했던 그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 나와 LG 선수들의 PO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상대를 축하했다. '친정팀' LG 선수들의 진한 포옹이 있어 여운이 더 남았다. 그렇게 박경수는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1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LG트윈스의 2024 신한쏠뱅크 KBO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KT 가 4-1 패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4.10.11.


낭만의 순간은 또 있었다. 5차전 미출전 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와의 PO 1차전을 준비했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팀의 탈락으로 기회가 날아갔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더그아웃 가장 선두자리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자, 야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마다 가장 앞에 서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도 쿠에바스의 몫이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응원했던 그. 탈락이 확정된 순간 쿠에바스는 하염없이 3루 원정 응원단석을 바라봤다. 선수단의 인사가 끝나고 라커룸으로 퇴장할 때까지 그의 고개는 3루 응원석에 고정돼있었다. 응원한 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패배 후에도 더그아웃에 홀로 남아 준우승의 아쉬움을 곱씹은 바 있다. 올해도 탈락의 여운을 느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경기 후 경기장 밖에서 KT 응원가와 이강철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는 KT 팬들. 


팬들도 패배의 여운을 함께 느꼈다. 탈락 후에도 팬들은 경기장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경기장 밖에서 KT 응원가를 끊임없이 부르며 고생한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이강철 KT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패한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들은 팬들의 원망 섞인 연호를 들으며 퇴장했지만, 이강철 감독과 KT 팬들은 달랐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5위 결정전, WC 결정전, 준PO까지 마법의 여정을 보낸 선수단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잠실=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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