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발견] 숨 쉬러 가는 섬, 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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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작은 오두막에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 커다란 창 너머엔 짙은 초록의 숲뿐이었다.
다 합치면 2만여평의 너른 땅 위에 제주의 숲과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전체 면적의 10% 수준으로 최소한의 개발을 거쳐 문을 연 곳.
'자연·숲 치유' '힐링·명상' '뷰티·스파' '웰니스 커뮤니티' 등이 제주 웰니스 관광의 주요 분야인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커뮤니티, 즉 만남을 통한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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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작은 오두막에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 커다란 창 너머엔 짙은 초록의 숲뿐이었다. 작은 바람에도 크게 일렁이는 숲의 것들을 보며 기지개를 켰고 문득, 진짜 오랜만에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장을 유리로 마감해 고스란히 쏟아지는 말간 가을볕으로 샤워를 마치고는 냉장고에 준비된 ‘클렌징 주스’와 ‘비건 수프’를 꺼내어 아침으로 먹었다.
지난밤 우연히 이웃 케빈 숙박객들의 저녁 바비큐 식사에 불쑥 초대받았고, 밤의 숲에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키득거리던 생각이 나 또 웃음이 났다. 타닥타닥 타오르던 장작불을 바라보며 흥얼거렸고 오직 새소리 바람 소리만 가득한 숲을 산책했으니 꽤 말끔해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최근 나는 제주 웰니스 관광 관련 캠페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진정한 휴식을 위해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제주를 쉼과 치유가 있는 여행지로써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일들이다. 그리고 콘텐츠 조사를 위해 찾은 서귀포 안덕면의 깊은 숲속에 ‘오소록으로 하게’(숨겨진 또는 아늑한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 들어앉은 멋진 캐빈 호텔을 알게 됐다.
다 합치면 2만여평의 너른 땅 위에 제주의 숲과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전체 면적의 10% 수준으로 최소한의 개발을 거쳐 문을 연 곳.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건축가 조병수 소장과 모듈 주택 전문 스타트업이 함께 섬의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11개의 캐빈 호텔, 카페와 다이닝 키친, 뮤지엄, 산책로 등으로 조성했다.
종종 요가와 명상, 러닝, 하이킹과 다도, 개별 욕탕에서 반신욕 그리고 디톡스를 위한 특별한 식단 등으로 구성된 2박3일 리트릿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직 숙박객에게만 오픈되는 뮤지엄도 흥미롭다.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된 조지콘도, 카우스, 이우환, 김춘수 작가 등의 작품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제주에는 이렇게 틀림없는 숙면과 멋진 풍경,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숙소가 꽤 여럿이다. ‘자연·숲 치유’ ‘힐링·명상’ ‘뷰티·스파’ ‘웰니스 커뮤니티’ 등이 제주 웰니스 관광의 주요 분야인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커뮤니티, 즉 만남을 통한 치유다. 서울에서 가장 먼 섬이기에 가장 잘 보존돼 온 제주의 마을문화와 더 가까이 만나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휴식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기회가 있다.
로컬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기대하지 않은 멋진 장면들과 지역민의 환대(hospitality)가 아닐까 싶다. 다만, 제주민의 환대를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며칠 머물러 주기 바란다. 바람이 많은 탓에 꽤나 무뚝뚝하고 거칠어 보이긴 해도 알고 보면 속정 깊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 또 제주이니까 말이다. 제주 사람들의 독특한 ‘환대’ 문화에 대해서도 언젠가 다시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
고선영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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