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신입의 공통점
[김형욱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뉴스 사이트 <뉴스밸류 재팬>의 신입 기자 타카하시 코타로는 크래프트 위스키 연재 기사를 쓰고자 코마다 증류소의 젊은 마스터 블렌더 코마다 루이와 동행한다. 루이가 각지의 증류소를 찾아 대담하면 타카하시가 정리해 기사를 쓰는 형식이다. 하지만 25살에 이미 몇 군데의 직장을 짧게 옮겨 다닌 타카하시는 루이가 부러울 뿐이다. 젊은 나이에 집안 증류소의 사장이라니.
하지만 정작 루이는 힘겹기 그지없다. 세간에선 젊은 천재의 등장이자 와카바라는 위스키가 대박을 터트리며 단숨에 주목받는 신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그녀는 큰돈을 대출받았고 와카바의 원주가 많지 않아 코마다 증류소의 핵심이자 환상의 위스키라 불리는 코마를 되살려 내야 했다. 하지만 10년 전 대지진으로 증류액과 증류 시설을 모두 잃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타카하시는 편집장의 믿음과 루이의 배려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무엇을 잘하고 또 무엇을 원하는지 차츰 알게 되는 것이다. 루이는 본래 미술학도였지만 기울어 버린 선대의 증류소를 일으켜 세우려 맨몸으로 뛰어들었으니 무조건 앞으로 나가야 했다. 타카하시와 루이, 젊은 두 청년은 따로 또 같이 자기 일을 찾고 또 성공시킬 수 있을까.
▲ 애니메이션 영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한 장면. |
ⓒ 스마일이엔티 |
애니메이션 영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는 할아버지 대부터 시작되어 번창했다가 대지진으로 추락해 문을 닫기까지 한 코마다 증류소를 손녀가 되살리려는 노력의 과정을 담았다. 그런 한편 이 작품은 '일'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젊은이들이 자기 일을 고민하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하긴 힘들지만 진심이 느껴진다.
명색이 애니메이션이지만 작품에 이른바 만화적 감성이 잘 녹아 있는 편은 아니다. 증류소를 자세히 펼쳐 보이는 만큼 실사였다면 이 부분을 보여주기가 쉽진 않았을 테지만 전체적인 텐션과 톤 앤 매너는 영화 또는 드라마의 그것이다. 특히 작품의 주제를 생각해 보면 긴 호흡의 드라마에 맞겠다 싶다. 굳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한다면 극장판이 아니라 TV판이 맞겠다 싶고 말이다. 그만큼 진중하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 숙성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위스키와 버티며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는 신입의 앙상블을 선보인다. 위스키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해야 한다. 단숨에 제품을 만들 수 없으니 말이다. 신입도 마찬가지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한다. 지금은 골칫덩이에 불과할지 모르나 앞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애니메이션 영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의 한 장면. |
ⓒ 스마일이엔티 |
개인적으로 '일'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텍스트든 영상이든 뭐든 재밌게 접하는 편이다. 거기엔 항상 개개인이 각각 맞닥뜨린 문제적 상황들이 있고 돌파하려 애쓰며 나름의 성찰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종국엔 미래를 그린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고 영감을 얻는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도 괜찮았다. 상황, 돌파, 성찰 등의 테크트리를 충실히 따랐다.
불안에 떨 때를 생각해 보면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거나 알기 힘든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거나 없을 때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미래는 하늘에 맡기라는 것이다. 걱정하거나 불안에 떨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내 감정만 소모되니까.
▲ 애니메이션 영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 포스터. |
ⓒ 스마일이엔티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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