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가 '꿈의 항암제'? '자가면역질환자'는 주의해야 [이게뭐약]
◇키트루다는 '꿈의 항암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트루다가 모든 암종에 효과가 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으로 인해 이론상 모든 암종에 사용이 가능하나, 반대로 말하면 정확히는 모든 암종에 듣지 않을 확률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계에서는 키트루다의 사용 가능 여부를 구분할 때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의 여부를 먼저 고려하며, 이 경향은 특히 전이성 암에서 더욱 강해진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키트루다가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은 맞지만, 효과를 기관별로 분류하기보다는 면역세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는 병에 주로 잘 듣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삼중음성유방암의 선행항암요법에서와 같이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권장되는 적응증도 있어 일률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에는 PD-L1과 MSI-H가 있다. 환자 개인의 암세포에서 PD-L1의 발현율이 높다면 면역세포가 더 쉽게 활성화될 수 있어 키트루다를 통한 높은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같은 기관의 암이더라도 바이오마커의 발현 정도에 따라 키트루다의 효과가 쉽게 듣는 아형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아형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PD-L1의 발현율이 낮다면 면역항암제를 통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더라도 암세포를 쉽게 사멸시키지 못하면서 항암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위암처럼 바이오마커가 발현된 아형에도 키트루다 단독요법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면역항암제가 쉽게 듣지 않는 암종이거나, 환자의 바이오마커 발현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키트루다와 함께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쉽게 말하면 암세포 중에는 표면에 PD-L1이 있는 세포와 PD-L1이 없는 세포가 섞여 있는데, 면역세포는 PD-L1이 발현된 암세포를 먼저 사멸시키는 반면 PD-L1이 없는 세포는 쉽게 사멸시키지 못한다"며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하면 PD-L1의 발현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은 환자이거나, 전이성 암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부작용보다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더 크다. 이 경우에는 부작용이 우려되더라도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키트루다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으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한다면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키트루다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암을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키트루다를 사용하지 못한다.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세포만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세포를 적으로 간주하고 사멸시키는 자가면역반응도 같이 활성화하기 때문. 따라서 키트루다의 항암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면 면역억제제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며, 이 경우 항암 효과가 떨어진다. 박연희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은 보통 완치 없이 증상을 조절해 가면서 사는 질병으로,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은 질병을 재발시키는 것과 같다"며 "전신 홍반성 루푸스나 쇼그렌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적응증으로 인정되는 삼중음성유방암을 진단받더라도 키트루다를 사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설령 자가면역질환이 없다 하더라도 키트루다를 사용할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와 뇌하수체 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에는 키트루다로 인해 1형 당뇨병이나 심근염, 부신 피질 저하증, 폐렴, 자가 면역성 간염 환자가 증가했다. 특히 해당 부작용들은 면역 패턴인 만큼, 증상의 정도도 환자마다 개인차가 크다. 라선영 교수는 "키트루다의 부작용이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자가면역질환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경우 대단히 위험할 수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며 "자가면역 부작용은 개인차도 크고 생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종양내과 전문의를 찾아 제대로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키트루다를 사용하기 전 내분비·심장·폐 기능 등을 모두 포함한 신체 기능을 확인하며, 투여 후에도 이상 반응이 발생한다면 검사를 통해 약을 조절한다. 만약 키트루다를 투여한 후 자가면역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면역억제제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투여해 증상을 조절한다. 이후 재투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키트루다의 투여를 중단하고 있다. 박연희 교수는 "약간 견디기 힘든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 만큼, 부작용도 정도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부작용의 정도에 따라 5단계로 점수를 매겨 환자가 약제를 또다시 쓸 수 있을지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이암, 국소암 등 사용 조건 복잡… "의료진 통해 본인 질환 제대로 알아야"
키트루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허가받은 적응증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잡하다. 단순히 폐암, 유방암, 위암에 사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수술이 불가능하다거나 전이성·진행성 등 세부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어 전이성 폐암은 다른 부위에서 시작된 암이 폐 너머로 퍼진 암이며, 국소 폐암은 폐와 주변 림프절에만 종양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두 암은 서로 다르며, 환자가 가진 암의 상태에 따라 허가된 적응증을 충족하지 못해 키트루다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문제는 자신이 진단받은 암의 정확한 유형·병기 등 개념을 숙지하지 못한 채 키트루다가 다양한 암종에서 허가됐다는 사실만으로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키트루다의 사용을 요청하기 전,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한 후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라선영 교수는 "환자들 중 위암인데 폐 전이가 있는 사람이 뉴스를 접한 후 키트루다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상태마다 제공받을 수 있는 생존 기간 연장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주치의와의 상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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