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 들인 SW ‘눈물의 폭탄세일’ ... 폐업 급증에 뜨는 ‘폐업 도우미’[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0.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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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개.

지난해 폐업한 스타트업 숫자(더브이씨 자료)다. 올해 상반기에도 68곳의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다. 투자 유치 이력이 있음에도 말이다. 2년 전 같은 기간 35곳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보며 ‘아름다운(?) 폐업’을 돕는 스타트업이 있다. 빌드업랩스다. 삼성전자, 구글코리아 출신 정장현 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구글 근무 당시 많은 창업가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독립했다. 창업 초창기만 해도 ‘폐업 도우미’가 메인 사업은 아니었다.

정장현 빌드업랩스 대표(빌드업랩스 제공)
초기 사업 모델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정보 서비스 ‘빌디브’다. 부동산 중개인이 상업용 부동산 매물을 찾고 건물 가치 분석에 참고할 수 있는 IT솔루션이다. 시장 수요가 있다보니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업용 건물을 다루면서 임대차 계약 상황을 살피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야심차게 창업했다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우연히 방을 비우던 한 스타트업 사장과 얘기를 나눴어요. 본인은 영업실력이 모자라 짐을 싸지만 자기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잠재력이 있다는 겁니다. 밤새 공들여 만든 소프트웨어인데 능력있는 누군가가 대신 가져가서 사업을 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 신사업을 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이 말에 꽂혔습니다.”

그길로 신규 서비스로 세상에 내놓은 것이 ‘리부트’다. 리부트는 각 기업이 자금 문제나 운영 역량 부족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유무형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매물 나온 소프트웨어 인수 ... 신사업 효과

정 대표는 “가능성 있는 기술과 팀을 발굴해 그들의 기술을 적절한 매수자와 연결하거나, 인력, 소스 코드, 마케팅 채널 등 유휴 자산을 매각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이를 통해 우수한 기술과 팀이 자금이나 운영 역량 부족으로 인해 도태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일종의 스타트업 ‘패전처리’ 전문 플랫폼인 셈이다.

폐업 도우미 ‘리부트’ 사업 모델(빌드업랩스 제공)
이 서비스는 출시되자 마자 홈페이지·앱 방문자수가 하루 평균 700~800명에 달했다. 콜드메일 발송·챗봇·상권분석 솔루션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매물도 등재됐다. 가격은 500만원부터 1억원 이상까지 천차만별.

가격은 어떻게 매겨질까?

정 대표는 “폐업을 고려하는 기업인이 잠재매물을 가져 오면 ‘리부트’에서 실제 이를 개발했을 때의 인건비, IT비용 등을 역산해서 매물의 기본 가격을 산정한다”라고 소개했다. 그 금액을 매도자가 받아들이면 플랫폼에 매물로 등재한다. 당장은 사람 손을 거치지만 조만간 이를 AI가 가치평가를 하게 만들 예정.

정 대표는 “소프트웨어, 솔루션 매물의 경우 개발비 산정 공식이 어느 정도 생겨서 이를 AI에게 딥러닝 시키면 빠르게 매물을 플랫폼에 등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한달에 성사되는 거래 건수는 10여 건. 평균 거래 금액도 1000만원 내외에 달한다.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해외전문가 실시간 검색 서비스’는 리부트를 통해 6000만원에 팔렸다.(빌드업랩스 제공)
재밌는 건 이 사이트에 방문하는 이들 중 외국인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 기술 도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후문.

“리부트의 강점은 AI 기반의 빠르고 정확한 자산 실사와 맞춤형 매수자 매칭입니다. 단순히 매출이나 고객 수가 아닌 기술력과 팀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M&A 시장에서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소스코드는 영문이므로 해외로 노출시켜봤더니 이미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기술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영문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日 M&A종합연구소 벤치마킹 ... 인수합병 주선도

빌드업랩스는 궁극적으로 중소기업 전문 육성·M&A 플랫폼으로 진화할 그림도 그리고 있다.

실제 일본의 M&A종합연구소는 매월 100건 이상의 M&A를 성사시키며 상장해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정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일시적인 침체에 빠진 스타트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 자산을 유동화시켜주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투자 유치, 사업부 M&A 주선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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