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우리 형, 신해철'에서 못다 한 이야기
[최호림 기자]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인해 내 부모님은 타지에서 각자 맞벌이 생활을 하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밤이면 밤마다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외로움과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것이 바로 MBC '신해철의 밤의 디스크 쇼'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5일 나는 고인이 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가수 신해철씨의 추모를 위해 M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우리 형, 신해철>에 출연할 수 있었다.
방송 중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그 당시 나는 매일 같이 삼시 세끼마다 식전 기도를 했는데, 하나는 가정의 회복이었고 또 하나는 가수 신해철을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당시엔 만나고 싶다고 떼쓴다고 만날 수 있는 가수 신해철이 아니었다. 기적이 일어나거나 콘서트장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게 다였을 만큼 그는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만날 수 없는 가수 신해철의 노래를 다음 그의 신보 앨범이 나오지 전까지 매일매일 워크맨 건전지를 깨물어가며(알카라인 건전지에 충격을 주면 다 쓴 건전지를 좀 더 쓸 수 있었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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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다큐 <우리 형, 신해철> 관련 이미지. |
| ⓒ MBC |
결국 고교 2년 때는 재소자가 되고 말았다. 난생처음 겪는 인생 시련에 죽고 싶었고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퇴학 처리가 되어 있었다. 어떠한 희망도 없던 내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낙은 '신해철씨를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면' 하는 희망을 품는 것이었다.
이후 사회로 돌아와 공장에 취직을 했다. 각박한 현실에 어릴 적 꿈도 모두 잊고 살았다. 최종 학력 중졸의 아이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갈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공장 식당에 있던 TV에서 대학가요제 참가자 모집이란 광고를 보게 됐고, 내 심장은 다시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가수 신해철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때쯤 들었던 노래가 바로 신해철이 만든 넥스트의 <The dreamer>였다. 노래의 가사는 이랬다.
세상의 바다를 건너 욕망의 산을 넘는 동안
배워진 것은 고독과 증오뿐,
멀어지는 완성의 꿈은 아직 나를 부르는데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 넥스트 The being… 앨범 수록 -
신해철씨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딱 10년이 지난 1999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 수상을 못해서 가수나 DJ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결혼을 하고 회사를 퇴직, 창업을 해서 승승장구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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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다큐 <우리 형, 신해철> 관련 이미지. |
| ⓒ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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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림의 즐거운 라디오 |
| ⓒ 한국교통방송 |
하지만 꿈을 이룬 나와는 다르게 내 인생의 멘토였던 신해철씨는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벌써 10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그를 생각하면 미안하다. 내가 어려울 때마다 그는 내게 희망을 줬지만 나는 그가 어려울 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10주기 MBC 다큐멘터리에 용기를 내어 출연을 했다.
30년이 지난 이야기이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두 아이의 아빠로서 내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심어준 선한 영향력과 희망이란 이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부디 그가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내 허물을 드러내는 일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내가 이렇게 커밍아웃 한 이유는 바로 오직 신해철 때문이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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