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쟁으로 주검 실려나가는데 무슨 노벨상 잔치”

권남영 2024. 10.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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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나."

한강 작가는 전날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면서 "아주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책 읽고 산책을 한 평범한 하루였고,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 소식을 들었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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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한승원 작가 기자회견…딸 한강 작가와의 통화 내용 전해
“딸의 작품들은 환상적…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작가. 뉴시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나.”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은 떠들썩한 여론에 이같이 반응했다고 한다.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85)이 11일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이 이날 통화에서 이처럼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는 전날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면서 “아주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책 읽고 산책을 한 평범한 하루였고,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 소식을 들었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11월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한강 씨가 작가인 아버지 한승원 씨와 함께하고 있다. 문학사상사 제공, 연합뉴스


딸 대신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한승원 작가는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면서도 딸의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을 풀어놨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혹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고 돌이켰다.

한 작가는 “딸과 어제 통화를 했는데 언론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으니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고 말했다.

이어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얘기했다.

한 작가는 딸의 작품에 대해 신춘문예에 등단한 ‘붉은 닻’은 제목·첫 문장부터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소년이 온다’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고, ‘작별하지 않는다’도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고 치켜세웠다.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정자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회를 밝히고 한강(왼쪽 첫 번째)의 성장기 시절이 담긴 가족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한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아름다운 문장이라든지,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한 세대 위가 아닌 후세대(젊은 작가)에게 상을 줬다”며 “그러니까 우리 강이한테 상을 준 것은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사고를 친 것”이라고 기뻐했다.

딸에게 소설 쓰는 법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딸한테 방 하나를 따로 줬는데 한참 소설을 쓰다가 밖에 나와보면 딸이 안보였다”며 “이 방, 저 방 다녀서 찾고 그랬는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공상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고교 때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부르겠다고 표현해 상을 받은 게 한강의 유일한 학창 시절 수상이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한강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한 작가는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며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라고 하는데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이다. 평균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은 아들, 딸은 더욱더 훌륭한 것”이라고 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 작가가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의 노벨상 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시험문제를 내느냐”며 웃고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로 정의했다.

한 작가는 “(딸이) 여려서 큰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면서 “어젯밤에도 새벽 3시에나 잠을 잤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2000년대 초반 내려와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진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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