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비유로서의 광수 아버지

2024. 10. 1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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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 아버지는 국가유공자다 월남전에서 왼팔을 잃고 돌아왔다
그의 의수를 똑바로 본 적은 없다
광수 아버지는 광수 아버지여서 광수 아버지라고 쓰지만
그것이 사실이지만
상희 아버지나 종수 아버지로 바꿔 쓸 수도 있다

그가 못 통 속의 못처럼 고개를 구부리고 걷는다는
사실을 비유로 써도 될까
추곡 수매 공판장에서 쌀가마니를 찍을 때 그의 갈고리가
은갈치처럼 빛났다고 써도 될까

나의 비유는 도금한 훈장처럼 잠깐만 빛난다
언어의 안팎을 뒤집어 다시 쓴다
광수 아버지가 아닌 것이 되어
광수 아버지가 광수 아버지로 가닿으려고

광수 아버지는 광수 아버지고 월남전에서 왼팔을 잃고 돌아왔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신미나 시집 ‘백장미의 창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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