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진수 (5) 변전소 보수원으로 첫 발령… 휴학 마치고 대학 복학

김동규 2024. 10.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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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인천 부평변전소 보수원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있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주일날 일하는 것에 대해 나는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교회를 포함한 단체와 기업, 가정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일요일에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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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일하고 밤엔 학교서 공부
평소 좋게 봐주신 소장님 배려로
학교 가까운 변전소로 옮기지만
일요일 근무로 주일성수에 차질
김진수(오른쪽) 긱섬 대표가 1978년 한국전력 인천 부평변전소에서 동료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대표 제공


한국전력 인천 부평변전소 보수원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때는 말단 직원이었기에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드디어 1년간의 휴학 기간을 마치고 인하대 전기과에 복학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가 공부했다. 무엇보다 내 힘으로 자금을 마련해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부평변전소 소장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소장님은 내게 비교적 자유 시간을 많이 보장해주셨고, 학교와도 가까운 인천변전소에서 근무하도록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있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주말 근무였다. 전력소 보수원으로 일하다 보면 때때로 적지 않은 일요일(주일)에도 근무를 해야만 했다. 정기적인 사고 방지 보수작업은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일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교회 가는 건 나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무슨 일이 생겨도 주일에는 교회를 가야 한다는 것이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신앙관이었다. 그래서 주일날 일하는 것에 대해 나는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교회를 포함한 단체와 기업, 가정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일요일에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군가의 희생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일요일에 희생함으로써 교회와 같은 많은 장소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교회는 주일에 하나님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을 일방적으로 또 단편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주일에 하는 일도 소중하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서는 합리화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상대방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때 배웠다.

사실 나는 지능지수가 높지 않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중학교 시절 난 처음으로 내 지능지수에 대해 알게 됐다. 그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결괏값이 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4년제 대학교인 인하대 편입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학 3학년 때 지능지수를 재검사했다. 그러나 테스트를 마친 후 나는 시험 과정을 치렀던 스스로에게 매우 실망했다. 결국 그 결과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괜히 결과를 알고 실망하는 것보다 차라리 모른 채 현실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어쩌면 중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능지수가 평균치 이하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지능지수가 오늘날의 내가 있기까지 장애물로 작용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려 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생각하려 노력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평균보다 낮은 지능지수는 오히려 나에게 이득이 됐다고 고백한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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