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당신이 사는 곳의 아름다움

2024. 10.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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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는 길 이름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임진강 가까이 있는 '요풍길'은 "여름에도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복중에도 땀을 모르고 지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요즘처럼 선선하고 맑은 날, 도시락 싸서 소풍 가고 싶은 길 이름이다.

풍뎅이길, 하늘소로, 사슴벌레로라는 이름도 있다.

'파주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말들'은 파주의 길 이름을 갈래로 내용을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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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자주 다니는 길 이름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임진강 가까이 있는 ‘요풍길’은 “여름에도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복중에도 땀을 모르고 지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요즘처럼 선선하고 맑은 날, 도시락 싸서 소풍 가고 싶은 길 이름이다. 풍뎅이길, 하늘소로, 사슴벌레로라는 이름도 있다. 사람 중심이 아닌, 작은 생명이 주인이 되는 도로명이라니. 이런 이름이 붙은 산책로라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을 유심히 관찰하며 걷지 않을까.

출판사 난다의 ‘우리 도시 이야기, 방방곡꼭’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 나왔다. ‘파주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말들’은 파주의 길 이름을 갈래로 내용을 분류했다. 이 책은 김잔디와 김상혁 시인의 ‘부부 교환 일기’와 같다. 마치 밀푀유나베를 만들 듯이 소소한 일상의 재료가 번갈아 포개져 담백하고도 은근한 맛을 우려낸다. 또한 책의 만듦새를 감상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는데, 필자를 면지 색깔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계란찜처럼 순한 노란빛의 면지는 김잔디, 물망초의 푸르스름한 물빛이 감도는 면지는 김상혁 시인의 분량으로 교차 편집되었다.

이들의 삶은 우리네 이웃들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인도 “유독 청량한 대기, 빼어난 경관, 그리고 눈에 띄게 여유롭고 선량한 이웃들…. 같은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라고 적어두었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눈길을 붙든다. “파주에는 유기견 ‘빽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지만, 빽구를 설득해 같이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이웃이 더 많은 곳”이라는 표현 말이다. 이런 심성을 지닌 이웃과 정답게 지낸다면, 파주를 아름다운 장소로 채색하고 싶어지는 것도 과장은 아닐 테다. 게다가 이제 42개월 된 시인의 자녀 문채가 “안녕? 나는 김문채야. 나는 지구에서 왔어”라고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인사를 건넨다면, 이렇게 화답하고 싶다. “안녕? 나도 도토리별에서 왔어. 반가워”라고.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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