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먹잇감이 안 되려면
최근 한 매체에 “서울시, 세계 스포츠도시 순위 44위→72위”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70위 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는 서울시 분위기도 담겼다. 20년 넘게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고 관련 기사를 다뤘던 입장에서, 일단 ‘큰일 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말의 책임감도 느꼈다. 44위(2022년)도 충격인데, 72위(2023년)라니. 오세훈 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들이 느꼈을 위기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듯하다. 그나저나 세계 스포츠도시 순위라는 걸 매긴다고? 누가? 왜?
20여 년 경력의 스포츠 기자에게도 낯선 순위다. 과거 기사를 검색했지만, 지난해까지 한 번도 인용된 적 없는 순위다. 명칭이 ‘BCW 스포츠 순위’인데, 이를 찾아내 공개한 건 서울연구원이다. BCW는 세계 1위 광고대행사 WPP가 2018년 산하 PR업체 버슨마스텔러와 콘앤울프를 합병해 만든 버슨콘앤울프의 이니셜. BCW는 얼마 전 또 다른 업체와 합병해 버슨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업체가 2019년부터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놓고 ‘스포츠도시 순위(Ranking of Sports Cities)’를 매긴 모양이다. 서울이 72위로 나온 건 지난해. 올해(2024년) 순위는 5계단 올라선 67위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잘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 순위를 왜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발굴해 공개했을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스포츠산업 육성을 통한 서울시 도시브랜드 제고’라는 정책포럼을 열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이날 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에)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빅매치가 부족하다”며 “도시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잰걸음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2036년 올림픽 유치 행보와 맥이 닿는다. 최근 대한체육회도 후보 도시 결정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오 시장이 올림픽 유치를 처음 꺼낸 건 2022년 초다. 그 이후 관련 여론조사에서 유치 찬성 의견은 ▶72%(2022년 10월 ▶71%(2024년 8월) ▶68%(2024년 9월)로 나왔다. 과반인데, 다소 하락세다. 충격적인 순위 하락 소식까지 발굴해 끌어온 건 그래서였을까. 하지만 이런 건 오히려 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훼손한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올림픽 유치의 목적은 아니지 않나. 업체(버슨) 측은 보도자료에 이런 조언을 담았다. “스포츠에서 평판을 높이고자 하는 도시의 경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하면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때로는 인프라 개발보다 더 큰 이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담당자 연락처를 남겼다.
올림픽 유치전에 나선 도시만큼 맛깔난 먹잇감은 없고, 이를 노리는 포식자는 수두룩하다. 정신 바짝 차릴 일이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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