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폭 4주째 둔화…‘지금 팔자’ 매물은 증가
힘 빠지는 아파트 시장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매수인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지난달부터 4주째 둔화하고 있다. 9월 들어 거래가 위축되자 서울 아파트 매물은 다시 8만 건대로 늘어났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동향 조사’(7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월 말 이후 2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 폭은 전주 대비 0.10%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7~8월 가파르게 올라 8월 둘째 주엔 주간 상승률이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에 나서고 시중은행도 발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시장이 순식간에 식었다. 9월 둘째 주(0.23%) 이후부턴 3주 연속 상승 폭이 줄었고(0.16%→0.12%→0.10%), 이번 주는 보합을 나타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개포·압구정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올라 0.2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마포구(0.17%), 용산구(0.16%), 성동구(0.15%), 서초구(0.15%), 영등포구(0.14%) 등도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0.04~0.06%대로 약세를 보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단지 집값은 7~8월에 이미 2020~2021년 전고점을 돌파했다”며 “매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 여력까지 줄자 매수인들이 대거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889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6553건), 9월(2172건)로 가며 계속 줄고 있다. 반대로 매물은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던 4~5월 8만5000여건까지 늘었다가 6~8월 집값이 상승세를 타며 7~8월엔 7만8000건대까지 줄었다. 하지만 9월 들어 거래가 위축되며 다시 8만3000건대로 올라섰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집이 비싸게 잘 팔렸던 탓에 집주인들이 아직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매수인들도 지금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금리가 내려갈지 여부를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발표한다.
부동산 업계에선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먼저 반영돼 집값에 큰 영향이 없을 거란 시각과 금리 인하가 변곡점이 돼 다시 매수 심리가 살아나 집값이 반등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대출 규제 여파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대출 문턱이 높아져 매수세가 위축되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 낙찰가율이 모두 하락했다.
지지옥션이 이날 발표한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933건으로 전달(3168건) 대비 7.4% 줄고, 낙찰률도 전월(42.8%)보다 6.1%포인트(p) 하락한 36.7%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도 45.6%로 전달보다 1.7%p 하락하고, 낙찰가율은 94.3%로 전달 대비 1.2%p 떨어지며 4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최근까지 수도권 집값이 오를 때는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이 100%를 넘길 때가 많았는데 강남 3구 이외 지역에서 고가 낙찰 비중이 확연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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