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메프 미정산' 구영배·류광진·류화현 구속영장 기각
법원이 10일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과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구영배 회장에 대해선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몬·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또 “ 확보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연령, 경력, 주거관계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서는 범죄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의자의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수사 과정,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연령·경력·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 및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영장심사는 오전 9시 50분부터 구 회장을 시작으로, 류화현‧류광진 대표 순서로 열렸다. 오전 9시 35분쯤 법원에 도착한 구 회장은 ‘미정산 사태 가능성을 2년 전부터 인지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사건 발생하고 (인지했다)”고 부인했고, 1조 5000억원대 정산대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오전 10시 23분쯤 도착한 류화현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저도 책임이 있다. 구 대표가 주도했다고 얘기하지 않았지만 구 대표가 자금을 구하는 상황에 대해 내외부에 얘기한 내용이 달라 감정이 격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광진 대표는 법원으로 출석하는 길에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는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檢 영장에 “구영배 1인이 큐텐그룹 지배”
검찰 수사팀은 지난 4일 구 회장과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들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적용했다. 정산대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돌려막기’ 영업을 지속해 1조5950억원 상당의 판매대금 등을 가로챘고(사기), 티메프의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게 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티메프에 합계 692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배임)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또 검찰은 구 회장이 정점으로 있는 큐텐그룹이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 인수대금 등에 사용하려 티몬‧위메프의 자금 약 671억원을 횡령했다고 의심 중이다.
검찰은 티메프 사태의 ‘최정점’인 구 회장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구영배 1인이 큐텐그룹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이에 따라 큐텐의 기업가치 증가로 인한 이익은 대주주 구영배에 귀속되는 관계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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