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금 착취” 주장에도…‘티메프 사태’ 경영진 구속영장 기각

박재현,김재환 2024. 10. 1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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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강 수사 진행 후 영장 재청구 여부 결정”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대금 지연 사태를 촉발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경영진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구 대표 등에게 1조5000억원대 정산대금 사기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보면 구 대표에게 범죄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경위, 확보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연령, 경력, 주거관계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류화현 대표와 류광진 대표에 대해서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들의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수사 과정,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 및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1.5조 사기 적용했지만…법원 “다툼 여지”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구 대표가 큐텐의 물류 부문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티몬·위메프에 무리한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한 것으로 봤다. 판매가 늘어나면 티메프 손실이 커지고, 큐익스프레스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구 대표 등은 자금 사정 악화로 정산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판매자들을 속이고 티메프의 ‘돌려막기식 영업’을 지속해 1조5950억원 상당 물품대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티몬에 603억여원, 위메프에 89억여원 손해를 입힌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구 대표 등이 나스닥 상장이라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손실과 위험을 모두 플랫폼 이용자에게 전가했다”며 “티메프를 빈사 상태로 운영하며 위법·탈법 수단을 동원해 지속해서 자금을 착취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류광진 티몬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정산대금 지연 사태 발생 약 2년 전부터 위기 징후를 인지한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정황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구 대표는 티몬 인수 직후인 2022년 9월 다른 경영진과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거 뽑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지인에게 ‘위메프=빚의 늪’ ‘상품권 지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미정산 사태를 2년 전부터 인지했는지’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 피해자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류화현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훔친 뒤 “상품권 판매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줄일 수 없어 ‘상품권의 늪이다, 빚의 늪이다’ 이런 말을 했었다”며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류화현 대표 측 변호인은 영장심사 후 “추가 투자를 해준다는 사람이 있는데 약간의 이슈가 생겼다고 페달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심사에서 양측 의견을 들은 법원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회사 운영 과정에서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만큼 사기의 고의성 인정 여부는 더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다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피해상황 및 피해진술 청취 등 보강 수사를 진행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정산대금 지급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보는 만큼 고의성 입증을 위한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7월 말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8월 구 대표 등 경영진들 자택과 큐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티메프는 지난 9일 법원에 채권자 목록을 제출했다. 애초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제출한 10만여명·1조6000억여원보다 줄어든 4만8000여명·1조2000억원 규모다. 채권자 목록은 두 회사가 어떤 채권자에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정리한 문서다. 미정산 사태 이후 발생한 대규모 주문 취소 및 환불, 동일 판매자의 중복 계정 확인 등의 이유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김재환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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