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하라' 현수막 뗀 서대문·송파구…법원 "철거는 위법"

김정연 2024. 10.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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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서대문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현수막 철거에 항의하며 새 현수막을 거는 모습. 뉴스1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고 쓴 정당 현수막을 철거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법원이 “위법한 철거”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지난달 26일 진보당이 서울시 서대문구‧송파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당현수막 철거처분 취소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진보당이 지난 1월 서울 곳곳에 설치한 현수막을 놓고 벌어졌다. 당시 진보당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김건희를 수사하라’ 등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게시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거리 현수막 설치는 허가‧신고 및 금지‧제한 규정이 있지만, 정책‧정치현안 등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관한 현수막은 예외다. 그러나 서대문구와 송파구는 ‘정당현수막 내용은 정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형법 제309조, 제311조에 따라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하여 비방하거나 모욕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서울시 옥외광고물 조례를 근거로 진보당이 설치한 현수막을 각각 20개, 10개씩 철거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각 정당별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스1


이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이고 위법한 철거”라며 진보당이 낸 철거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적용된 서울시 조례 자체가 헌법‧법률에 위반된다”며 진보당의 손을 들어줬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해당 현수막들은 적법하게 게시된 것인데, 그보다 하위 법령인 조례가 더 엄격한 기준을 들어 철거한 건 잘못됐다는 취지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인천‧부산‧울산광역시의 처분에 대해 내린 판단과 같은 취지의 판결로,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결 이후 이를 인용해 내려진 첫 판결이기도 하다.

이미 현수막은 철거돼 회복이 불가능하지만 법원은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 소송의 이익이 있다”며 “철거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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