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낭만은 없다"...'노멀 원'→'영혼팔이 원' 클롭의 급격한 추락, 독일 민심 '대폭발'

나승우 기자 2024. 10. 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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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휴식을 선언하며 리버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가 4개월 만에 재취업 한 위르겐 클롭이 자국 독일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매체 베를리너차이퉁은 9일(한국시간) "클롭의 전설적인 행보가 산산조각 났다. 클롭의 레드불 이적은 수많은 팬들을 좌절시키고 실망시켰다. 축구계에 있던 일 중 독보적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레드불 풋볼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은 레드불의 새로운 역할로 축구계에 복귀할 것이다. 2025년 1월 1일부터 레드불의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 새로운 역할을 맡을 것이다. 리버풀에서 성공을 거둔 뒤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맡는 첫 직책"이라며 "클롭은 레드불 클럽들의 국제 네트워크를 책임질 것이다. 일반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전락적 비전을 제공하고, 철학을 발전시키는 걸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클롭은 리버풀에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감독계 레전드다. 2015년 부임해 약 9년 동안 팀을 이끌어오면서 중하위권을 맴돌던 당시 리버풀을 유럽 최정상급 클럽으로 탈바꿈시켰다.

버질 판데이크, 모하메드 살라, 알리송, 파비뉴, 사디오 마네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착실히 리빌딩을 거친 리버풀은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2018-19시즌 다시 한 번 결승에 올라 토트넘 홋스퍼를 물리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2019-20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뛰어난 선수들도 있었으나 클롭의 지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클롭은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을 이끌고 에너지가 고갈돼 휴식을 취하고 싶다며 감독직을 내려놨다. 약 4개월 동안 에너지를 충전한 클롭은 레드불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서 축구계에 복귀할 예정이다.

클롭은 레드불과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거의 25년이나 했는데,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너무 기쁘다. 역할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축구와 지금의 경기를 만드는 열정은 바뀌지 않았다. 글로벌 수준에서 레드불에 합류함으로써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놀라운 재능을 개발하고, 개선하고, 지원하고 싶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이어 "레드불이 보유하고 있는 뛰어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스포츠 산업에서 배우는 등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함께라면 무엇이 가능한지 발견할 수 있다. 내 역할을 주로 레드불 클럽의 코치와 경영진을 위한 멘토로 보고 있지만궁극적으로는 독특하고 혁신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조직의 일부로 본다. 이것보다 더 흥분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올리버 민츠라프 레드불 CEO는 "클롭의 합류는 레드불 축구 역대 가장 강력한 영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클롭의 역할은 국제 축구와 지속적인 발전에 대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다.

이 소식에 대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클롭이 리버풀을 떠난 지 5개월 만에 새 직장을 구했다. 레드불에서 글로벌 축구 책임자 역할을 맡기 위해 새로운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9년간 리버풀을 지휘하며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썼던 클롭은 지난 5월 사임했고, 이후 휴식을 취했다. 감독으로 복귀할 생각이 없었던 클롭은 레드불과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글로벌 축구 책임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클롭은 라이프치히(독일),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를 포함한 레드불 산하의 모든 축구 클럽의 국제 네트워크를 책임질 예정이다. 클롭은 코칭 문제, 경기 철학, 선수와 감독 개발 및 이적에 관해 각 구단들에 조언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독일 현지에서는 레드불로 향한 클롭의 행보가 매우 실망스럽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베를리너차이퉁은 "'노멀 원'에서 '영혼팔이 원'으로. 마인츠에서 훌륭한 축구를 선보인 클롭은 팀을 분데스리가로 승격시켰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는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리그 2회, 포칼 1회 우승을 가져왔다. 리버풀에서는 수십억 유로를 앞세운 맨체스터 시티를 이겨내고 리버풀에게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선물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튜브 구독자 상숭세보다 더 빠르게 모든 걸 내던지고 있다. 레드불로 이적하면서 영혼을 팔아넘겼고, 더 이상 축구계에 낭만은 없으며 차갑고 돈에 굶주린 비지니스만 남아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독일 축구계에서 라이프치히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에너지드링크 제조사 레드불은 2009년 라이프치히를 창단했다. 5부리그에 있던 SSV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한 후 재창단을 거쳐 3부리그에서 시작했고, 거대 자본을 끌여들여 2016년 1부리그로 승격했다.

분데스리가에는 '50+1'이라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 이는 비상업·비영리단체가 구단 지분 51% 이상을 보유하게 만들어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팬들이 팀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팀이 외부 자본으로부터 흔들리는 것을 막고 있다.

레드불은 이를 교묘히 빠져나갔다. 레드불은 자체 최대인 49%의 지분을 보유한 뒤, 나머지 51%의 지분을 레드불 고위인사를 포함 십여 명의 관련자들에게만 팔아 의결권을 장악, 자신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막을 여지를 사실상 없앤 것이다. 분데스리가 팬들이 라이프치히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레드불은 RB라이프치히의 'RB'가 기업명 표기 금지 규정에 제재를 받자 '레드불(Red Bull)'이 아닌 독일어 '라젠발(RasenBall)'의 약자라고 해명했다. 직역하면 '잔디 공'이라는 뜻이지만 레드불의 약어 RB를 구단명에 쓰기 위한 술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레드불이 독일 축구 전통을 깼음에도 승승장구해 분데스리가 강호로 거듭하자 라이프치히는 독일 현지 팬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그렇기에 라이프치히 경기 때마다 상대팀 팬들이 라이프치히와 레드불을 비판하는 걸개를 드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반대로 클롭 감독은 독일 축구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존경하던 클롭 감독이 독일 축구계를 어지럽힌 레드불 사단에 합류하며 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매체는 "레드불로 인해 여러 축구 클럽들이 단순히 에너지 드링크 마케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레드불 클럽간에는 거액의 이적료와 수많은 선수들이 이동한다. 이는 축구계 경쟁 구조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레드불이 독일 축구계에서는 명백히 이질적인 존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을 넘어 전세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 중 하나였던 클롭은 지난 수년간 축구계에 있던 일들 중 가장 실망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사진=레드불,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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