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명태균 관련자 밝혀라"…당원명부 유출 의혹도 조사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 연락처(안심번호ㆍ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상번호) 57만건이 명태균씨 측에 유출된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여권의 유력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인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10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온수리에서 박용철 강화군수 후보 집중유세를 마치고 차량에 타며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10일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 “명태균, 김대남씨 같은 협잡꾼, 정치 브로커들이 정치권 뒤에서 음험하게 활개친 것을 국민은 몰랐을 것이다. 저도 몰랐다”며 “명씨와 관련된 분들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모든 걸 밝히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에선 협잡꾼이나 정치 브로커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정치 협잡꾼에게 대한민국 정치가 휘둘리고 끌려다녀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 및 당원 56만8천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국민의힘 또는 특정 캠프 핵심 관계자가 책임당원 정보를 통째로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경선 선거 운동을 하라고 중앙당에서 당원 명부를 안심번호로 만들어서 (당시) 윤석열ㆍ홍준표ㆍ유승민ㆍ원희룡 후보에게 다 적법하게 배부했다. 전혀 위법한 사안이 없다”며 중앙당 차원의 유출 의혹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명부가 그 이후나 경선 기간 중 명태균이란 사람에게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면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업체의 등록 요건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명씨가 자신이 운영한 여론조사업체를 활용해 사실상의 정치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박상수 대변인은 “부실한 등록기준을 악용해 저질 업체가 난립한다”며 “규제를 피하는 꼼수로 유권자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명태균씨와의 친분을 부인하자 명씨가 9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를 잊으셨나요″라며 직접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명태균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인연도 재조명받고 있다. 명씨가 직ㆍ간접적으로 인연을 소개한 정치인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나경원ㆍ안철수ㆍ이준석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등 10여명에 달한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며 자신이 오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거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도 과거 여론조사와 관련돼 도움을 줬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에 홍 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명씨는) 문제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라며 “검찰은 성역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 아예 잔불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정리하라”고 했다. 오 시장 측은 통화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를 오 시장에게 소개했지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명씨 주장이 “허풍”(이양수 의원)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권성동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여의도에 정권 창출의 주역이라고 자처하는 분들이 수만 명, 수천 명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날 잡아넣으면, 한달이면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나”란 명씨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빨리 구속해야 대통령이 하야하는지 볼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