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동행명령장 발부…與 "野, 국감마저 입맛대로 운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0일 국정감사는 정책 질의 없는 ‘명태균 국감’에 가까웠다.
이날 국감은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관련 인물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로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2022년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은 것과 올해 4·10 총선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지역구를 바꿔 공천을 신청하는 데 김 여사와 명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두 사람은 검찰·경찰 수사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야당은 “선서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지만, 증인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민주당 신정훈 행안위원장)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민의힘은 “불출석한 증인 5명 중 2명에게만 동행명령을 발부하는 것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발부”(조은희)라며 맞섰지만, 수적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4시 25분께 행안위 소속 입법조사관 2명이 명씨의 경남 창원 자택을 찾았지만, "자택에 없다"는 가족들의 주장에 동행명령장은 전달하지 못했다.
야당은 이번 국감에서 사흘간 총 6건의 동행명령장 발부안을 의결했다. 역대 국감 평균 2.6건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대해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의 권한을 사적 보복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자 국감조차 민주당 입맛대로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동행명령장을 계속 발부하면 돈 봉투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도 불출석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실명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동행명령 발부 후 이어진 국감에서 야당 의원 전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및 김 여사 공천 개입 관련 질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명씨는 지난 대선 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위해 3억7000만원을 들여 여론조사를 해줬는데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 대가로 21대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의 창원의창 공천을 받아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중앙선관위는 김 여사와 명씨, 김 전 의원을 고발하든지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관위 조사는 강제력이 없고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영부인이 공인(公人)인지, 사인(私人)인지가 문제다. 현행법에서는 공천과 관련해 금품수수 행위를 제외한 사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명씨의 발언을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제2의 국정농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불법 여론조사를 한 의뢰인은 어떤 처벌을 받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불법적인 여론조사에 관여한 것이기 때문에 행위에 따라서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도 “다만 자체 조사는 미(未)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불법 여론조사가 이뤄진다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은 대통령실과 무관한 의혹이라고 선을 그었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에게 밀려 출마하지 못한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김 전 의원이) 단수 공천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도 하지 않았다”며 “공천 과정에 뭔가 있었다면 나도 항의했겠지만 그럴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성권 의원은 “명씨 같은 브로커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과대망상 브로커에 신뢰성을 부여하고 참이 2개인 것을 가지고 10개가 참인 것처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안위 국감장에는 ‘마스크 논란’도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황인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1국장은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행안위원들의 요구에도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아 국감 시작 25분 만에 퇴장당했다. 황 국장은 “전 직장인 국가정보원에서 28년 동안 매국노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일에 매진했다”며 "얼굴을 공개할 경우 국정원 근무 당시 도움을 준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국장은 지난 6월 19일과 7월 11일에 열린 행안위 전체 회의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라는 위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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