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약을 다이어트 보조제로...불법판매 방치한 쿠팡, 국감서 '뭇매'
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의 임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불법 거래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방조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사과했다.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지만,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나 중고거래가 널리 이뤄지고 있어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2022년에도 코로나19 진단키트, 무허가 의료기기 판매 문제로 국감에 출석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불법 의약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잠깐 검색했는데도 불법 의약품 10여개를 찾을 수 있었다”며 “특히 쿠팡은 해외직구 시장을 주도하면서 외국산 의약품 불법 판매 글을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한 외국 제약사의 제2형 당뇨치료제는 쿠팡에서 ‘다이어트 보조제’라는 문구 하에 한달 넘게 판매됐다. 이 의원은 “국내에서 2형 당뇨 치료제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강조하며, 특히 ‘영양불량 상태의 환자에게 투약하지 말라’고 돼있는데, 쿠팡에선 다이어트 보조제로 판매하고 있어 위험하다”며 “쿠팡이 이렇게 사업하는 건 판매자의 편의를 봐줘야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관리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쿠팡의 불법행위 방치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불법 의약품 판매를 방조한 공범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한다”며 “쿠팡이 불법 거래를 방조해 얻은 수수료는 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으로, 환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식약처가 불법행위를 조사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성원 쿠팡 전무는 “소비자의 안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명에도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이어지자 “소비자께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당근마켓 등 플랫폼 기업의 온라인 불법 거래에 대한 방치 행위가 심각하다”면서 이를 주제로 한 청문회 개최를 보건복지위원장에 요청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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