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연구소] 직관적인 한글 제목의 힘 '흑백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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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최종회가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영어제목은 'Culinary Class Wars'다.
그래서 흑백요리사라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메인 제목 대신 부제를 메인 제목으로 썼다.
OT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징어게임 역시 한글과 영어의 간결한 조합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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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내세우면서도 흑백 인종차별 논란 비껴가
한글 한국음식 인기인데 외국어 간판·메뉴 오남용 아쉬워
지난 8일 최종회가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가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영어제목은 ‘Culinary Class Wars’다. 요리 계급 전쟁이다. 흑수저와 백수저의 대결이다보니 영어 설명에는 '유명 셰프와 은둔고수(renowned chefs and undiscovered talents)'의 대결로 설명한다. 톱독(top dog)과 언더독(under dog)의 싸움이다.
영어 그대로 쓰면 흑수저와 백수저(black spoon & white spoon)이다. 검은 스푼과 하얀 스푼은 자칫하단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적 논란 소지가 있다. 그래서 흑백요리사라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메인 제목 대신 부제를 메인 제목으로 썼다. 당장 첫화가 공개되자마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흑백이면 흑수저는 흑인, 천하고 백수저는 백인, 우월하다는 것이라며 인종차별 이슈를 던지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논란을 피하면서도 국내서는 직관적인 한글 제목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흑백으로 나눈 계급에서 오직 맛을 승부한다는 측면에서 시즌 2는 물론이고 해외의 다양한 현지 버전과 스핀오프가 가능해졌다. OT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징어게임 역시 한글과 영어의 간결한 조합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전 세계에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반면에 국내서는 (꼭 한글날이 아니어도) 오히려 정체불명 외국어가 남발되고 있다. 젊은 층에게 인기인 곳의 손님 90% 이상이 한국인임에도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일색인 곳이 많다. ‘M.S.G.R 7.0’은 미숫가루의 앞글자를 딴 것이고 7.0은 7000원을 의미한다. 원화 표기를 달러처럼 1000원 단위를 삭제하고 쓴 것이다. 10.0은 1만원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최근 일본, 대만 스타일의 음식점들 가운데는 한국 맥주와 소주를 팔지 않는 곳도 있다. 대신 안동소주나 고량주, 사케 등 일반 소주값(5000원) 이상의 소주 또는 하이볼, 수입맥주, 와인 등을 판다.
메뉴판에 굳이 나눠먹기 좋은 음식(sharing dish), 저녁용(night dish)를 써 놓는 곳도 있다. 메뉴판에 음식 그림이나 설명을 제대로 안 한 곳도 있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다.
사무실에서도 알쏭달쏭한 외국어 오남용이 심각하다.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이 판교 사투리다. 예컨대 "세커티를 디벨롭한거 매리지체크해서 리셀해주시고 이슈 메컵했을 때 락앤 주세요"라는 문장이 있다. 설명하자면 ▲세커티는 Security(보안) ▲디벨롭 : Develop(업무 성장) ▲메리지 체크 : Marriage check(결합 검토) ▲리셀 : Re-sell(문자에서는 다시 검토하다는 의미로 사용된 듯함) ▲메컵 : Make up(문제 해결 및 보완) ▲락앤은 Lock and(확정하고 공유)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린(Lean)하게 하자’는 말의 ‘린’은 1960년대 도요타가 미국 포드의 생산시스템에서 핵심만을 골라 도입한 최적화된 생산시스템을 의미했다. 하지만 판교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빠르게 실행해보자’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 조직 내 뛰어난 사람을 두고 일반 회사에서는 ‘에이스’라고 표현하지만 판교어로는 "그 사람 펀딩감"이라고 표현한다. 한 사람이 마케팅·인사·회계 등을 두루 맡는 경우를 칭하는 ‘올라운더(all rounder)’라고 한다.
이 밖에 알앤알(R&R)은 'Role and Responsibilities'의 약자로 말 그대로 ‘역할과 책임이라는 의미다. 태핑(tapping)은 간본다는 의미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 가능성을 대충 점검해본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이슈라이징은 ‘이슈’와 ‘라이징’의 합성어로 이슈를 만들다거나 중요도를 올린다 정도로 해석된다. 커피챗(coffee chat)은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브레이크 다운(break down)은 예산이나 견적을 세분화해서 가져오라는 것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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