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OTT 대잔치 부산영화제…극장영화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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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11일 끝난다.
부국제는 상업성·대중성이 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부산영화제 최초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OTT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고 해도, OTT를 대안으로 삼아 부국제 지원금을 줄인 것은 극장영화가 살아날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국제마저 대중성을 쫓으며 OTT에 의존하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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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11일 끝난다. 초청작 188편이 상영됐고 587회 상영 중 286회가 좌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영화제는 흥행이 중요한 만큼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엄연히 '영화제'로서 역할이 있다. 그간 부국제에선 독립영화가 주목받고, 많은 영화인이 태동해왔다. 극장영화의 성장 근간이 되어온 곳이다. 올해는 상업성·대중성을 쫓다 정체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부국제는 상업성·대중성이 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부산영화제 최초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영화제의 얼굴이라 불리는 개막작에 OTT 영화가 선정된 걸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부국제가 열리는 해운대 일대에서 가장 비싸 보이는 대형 전광판도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OTT 차지였다. 과거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CJ ENM·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NEW·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 도배됐던 곳이다. 올해 부국제는 OTT 작품을 빼곤 화제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부산의 밤을 주도한 것도 그동안 선두자 역할을 했던 CJ ENM이 아니라 해외 OTT였다.
넷플릭스는 올해 부산에서 거금을 썼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밤 행사'를 열고 내년 7편의 신작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대형 투배사가 선보여온 연간 신작과 비슷한 규모다. 라인업 작품엔 신인 창작자가 두루 기용됐다.
반면 CJ ENM은 자회사 CJ ENM 스튜디오스, 스튜디오드래곤, 티빙 등과 ' CJ 나이트'를 열었지만 분위기가 뜨겁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이상근 감독의 '악마가 이사왔다' 등 신작 2편만 소개됐다. 화제작들이 즐비한 넷플릭스와 비교되는 분위기였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는 "콘텐츠 제작에 연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겠단 설명이 빠져 '공수표'를 남발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는 올해 밤 행사를 아예 열지 못했다. 라인업 발표 등 행사를 잡지 않아 최소한의 인원(홍보팀)만 영화제에 참석했다.
영화제가 OTT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영상산업 침체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부국제 국가 지원금은 지난해 12억8000만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원금이 빠지자 돈 많은 해외 OTT사가 올해 부산을 휘감았다. OTT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고 해도, OTT를 대안으로 삼아 부국제 지원금을 줄인 것은 극장영화가 살아날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국제마저 대중성을 쫓으며 OTT에 의존하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산업의 침체를 두고 언제까지 관계자들 탓만 할 수는 없다. 정부도 극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5년간 1조 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가 떠오르는 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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