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 여성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왔어요

이임주 2024. 10. 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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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와 지원은 우월감과 동정심이 아닌 지구에서의 공생에 대한 균형의 목적으로 겸허하게 이어져야

[이임주 기자]

미얀마 난민 여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비가 많이 와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 올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허벅지까지 오는 물을 거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치앙마이 올드시티 쪽으로 이동을 하고, 난민 여성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매홍손으로 향했다.

매홍손은 태국 북서쪽에 위치하며 빠이강 기슭을 따라 미얀마 경계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치앙마이에서 매홍손으로 가려면 1864개의 커브를 거쳐야 한다. 끝도 없이 펼쳐진 구불구불한 길을 거쳐 6시간 만에 매홍손에 도착했다.

공정한 여행, 여성들의 삶을 비추는 일

동백친구들은 매년 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거의 일년간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공부를 한다.(이전기사 참고) 여행을 떠나기전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난민 이면서 여성은 더욱 취약한 위치이며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미 몇 해 전 동백친구들은 성소수자 예술가 제람님을 통해 난민들의 삶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또 난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민과 여성의 삶에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공정한 여행의 한 영역으로 배제되었던 여성의 역사를 여행하고, 임파워먼트 된 여성들의 삶을 비추는 일은 이 시대에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이다.

매홍손에 도착해 다시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을 한시간 반 정도 달려 미얀마 난민여성학교(WSP)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다.

10월 2일~3일 이틀간 미얀마난민 여성학교(WSP) 친구들과 동백작은학교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어졌다.

이매진피스와 동백작은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난민친구들은 1시간 반 정도의 비포장 도로를 지나 KNWO(Karenni National Women's Organization)에서 제공한 NGO 건물 공간에서 만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난민친구들을 만나는 설렘도 컸지만, 우리의 작은 실수들이 그들에게 피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들은 무색해 질만큼 첫날부터 두 학교의 청소년들은 정말 가까워졌다.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며 즐거워 하는 WSP 청소년과 동백청소년들
ⓒ 이임주
서로의 문화가 담긴 춤과 노래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만남을 시작하였고, 특히 동백학생들이 K-pop댄스를 출 때는 엄청난 환호와 박수로 함께 춤을 추기도 하였다.

난민이 되기까지 전쟁으로 인한 저마다의 슬픈 서사가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함께 하는 시간내내 두학교의 청소년들은 그저 서로 다를 게 없는 사랑스러운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우리는 늘 무언가 큰 가치적인 것들을 고민하지만 때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말 사소하고 사소한 그들의 일상을 되찾는 일이었다.

현재 태국은 자주 강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강이 범람하여 잠잠해 지기를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가기도하고, 다음날 난민친구들을 못 만나게 될까 봐 밤새 동백친구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틀째는 두 학교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가 모둠별로 펼쳐졌고, 난민친구들이 얼마나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서 따뜻한 공동체 안에서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위로와 공감으로 가득찼던 그 시간들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연결되게 해주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오고 함께 모인 이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언어는 다르지만 서로가 전달할 수 있는 온갖 사랑의 언어를 서로에게 전달하였다.

날씰과 씨실이 엮어져 만들어 가는 평화의 연결

난민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직조를 통해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하고 재능을 펼쳐가고 있었다. 그들이 만든 제품들은 그저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제품들이 아닌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그들의 삶이 온전히 담긴 '실의 여정'이었다.
 타이빌리지에서 난민여성장인들에게 직조를 배우고 있는 동백학생
ⓒ 이임주
WEAVE(Women 's Education for Advancement and Empowerment) 단체의 NGO대표 미토스는 "처음에 난민 여성들이 직조를 할 때는 천이 빳빳하게 나옵니다. 왜냐면 전쟁으로 인한 슬픔, 가족을 잃거나 떨어져 살아가는 힘든 상황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로 긴장된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조는 점점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손을 통해 창조적인 힘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고, 이 작업 자체에 집중 할 수 있게 되면서 치유와 평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천은 부드러워 지고 이것은 단순히 직조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사랑과 조화로 엮어져 만들지는 위대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직조는 하는 행위 자체가 곧 사랑이고, 날씰과 씨실이 엮어 만들어 가는 평화의 연결이었다.

여성학교는 난민 캠프의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는 취약한 여성들이 문제의 일부에 머물지 않고 변화의 일부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함께 서는 교육과정이다. 또한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는 난민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사회적 경제 프로젝트, 난민캠프의 평화와 치유프로그램들도 졸업생들과 함께 펼쳐가고 있다.

이러한 여행을 배움의 하나로서 배운다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여행의 패러다임을 변화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의 세대가 이어가야 할 쟁점주제이기도 하다.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여행의 상품이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난민을 넘어선 여성들의 위대한 삶

이번 여행을 통해 얻어낸 키워드는 '난민을 넘어선 여성들의 위대한 삶'이었다.
목화씨에서 목화솜을 거쳐 실이 되고 자연을 통해 아름다운 색으로 탄생되고 난민여성들의 마법 같은 손에 의해 멋진 제품이 만들어지는 실의 여정처럼 자신의 삶을 창조하며 일구어가는 난민여성의 위대한 삶, 그리고 그들과 긴 여정을 함께 하며 지원하는 여성들의 삶, 모두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할 권리이고 존엄한 삶이었다.

난민을 이해하는 데는 특별한 이론이나 가치가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동백친구들은 여성, 난민의 정체성을 떠나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이 더욱 컸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떤 큰 가치와 이념이 아닌 궁극적으로 성별, 종교, 나라, 문화 등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재 자체로 바라 볼 수 있는 것,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며 끊임없이 우리를 평화로 나아 갈 수 있도록 자극하는 힘일 것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 본다는 것

'전쟁'이라는 키워드는 어쩌면 지금 세대가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추상적이고 몸으로 와 닿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존재로서 사람과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의 온전했던 삶이 송두리째 전쟁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
난민을 만나기 이전의 동백학생들은 미얀마 내전이 끝났다고 그냥 기뻐하겠지만, 이제 동백학생들에게 미얀마 내전이 끝났다는 소식을 전하면 모두 부둥켜 안고 울며 춤추며 온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다.

동백학생들은 난민친구들을 만나고 쉴틈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18살 배낭은 "제가 잘 울지 않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라며 눈시울 붉히기도 했다.

14살 메이는 "난민들 만나기 전에는 저의 행복은 뭐가 맛있다. 뭐가 웃겼다 등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뭔가 행복의 깊이가 달라졌어요. 숙소 들어와서 에어컨을 켜고 따뜻한 물로 씻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에요"라며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14살 나우는 "처음에 많이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는데 만나보니 너무 우리 같은 또래이고 함께 놀고 춤추고 할 때는 이 친구들이 난민이라는 사실조차 잊었어요. 하지만 우리 또래인데 전쟁으로 인한 슬픔을 겪었고 그런 부분이 너무 마음 아팠어요. 이렇게 함께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교류하니 그냥 평범한 대안학교 교류를 한 느낌이었어요.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16살 도하는 "이제 저에게 평화는 웃음이에요. 그 친구들의 예쁜 미소를 볼 때 저는 큰 평화를 느꼈어요. 친구들과의 이별이 너무 슬펐는데 언제나 그 친구들의 웃음을 보고 싶고 평화와 희망을 안겨주고 싶어요"라며 짧은 만남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WSP학생들과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헤어짐을 슬퍼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다.
ⓒ 이임주
럭키비키를 외치며

여행길 위에서 많은 불편함과 재난을 만났지만 어느새 동백친구들은 '럭키비키'를 외치며 모든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협력하는 지구별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또, 도움을 주러 갔던 여행길에서 동백친구들은 오히려 난민친구들의 삶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도움와 지원은 우월감과 동정심이 아닌 지구에서의 공생에 대한 균형의 목적으로 겸허하게 이어져야 한다.

동백작은학교의 학생들은 위브의 여성학교(WSP)의 청소년들과 교류를 통해 서로의 다른 문화를 함께 나누고 서로가 평등한 주체로서 서로의 삶들을 주고 받으며 여성주의적 네트워크 관계망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등한 주체로서의 만남, 존재와 존재로서의 만남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처절한 투쟁의 역사였다. 한국은 분명 난민이었던 시절이 존재했고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대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 난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일회성의 자선이 아닌 계속 이어져야 할 도덕적 책무이며 그것이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꾸며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동백작은학교학생들은 일회성의 만남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 WSP친구들을 위한 다양한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고난은 때로 견딜 수 없이 힘들지만 분명한 건 함께 하는 연대를 통해 사랑과 평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블르!(미얀마 난민 카렌족의 인사-감사합니다!)
 WSP학생과 동백작은학교 학생의 꼭 잡은 두손
ⓒ 이임주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는 학교이다.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https://www.dongbaek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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