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녹취 전성시대

손병호 2024. 10. 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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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 유튜버들은 "녹취가 없으면 안 먹힌다"는 하소연을 한다.

정치권 소식을 다루는 경쟁 유튜브 채널이 많은데, 말로 전하는 것보다는 생생한 육성이 담긴 녹음을 틀거나 그 기록을 푼 녹취록이라도 있어야 주목 받는다는 것이다.

녹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데 전전긍긍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것 같다.

다만 정치권에서 나오는 녹취라는 게 대부분 당사자들은 녹음되는지 모르거나 대화가 보관돼 나중에 폭로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풍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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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논설위원


요즘 정치 유튜버들은 “녹취가 없으면 안 먹힌다”는 하소연을 한다. 정치권 소식을 다루는 경쟁 유튜브 채널이 많은데, 말로 전하는 것보다는 생생한 육성이 담긴 녹음을 틀거나 그 기록을 푼 녹취록이라도 있어야 주목 받는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카톡·텔레그램 대화를 캡처한 파일이라도 내놓아야 눈길을 끈다고 한다.

실제 요즘 정치 뉴스에서 녹취가 빠지면 밋밋할 정도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유튜브 채널과 나눈 대화 파일이 연일 흘러나와 여권을 들쑤시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사건도 전화 녹취로 인해 터지게 됐다. 녹취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데 전전긍긍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것 같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녹취를 터뜨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선 한 정부 산하 연구원장이 운동권 출신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스마트폰 녹음 파일이 즉석에서 재생됐다. 지난 2일 법제사법위 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와 변호인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스크린 화면으로 전격 공개했다.

녹취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증거가 확실하다’는 걸 내세우기 위함일 것이다. 팩트인지, 가짜뉴스인지 헷갈리는 ‘카더라’식 주장이 넘치고, 뭔 일이 터지면 당사자들이 일단 발뺌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는 세태와도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폭로되는 것들이 대부분 부적절한 내용이어서 애초에 불법적인 걸 도모하거나 그런 대화를 나누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정치권에서 나오는 녹취라는 게 대부분 당사자들은 녹음되는지 모르거나 대화가 보관돼 나중에 폭로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풍경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입(막말) 손가락(SNS 실언) 술(취중 실수)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는 녹취도 경계해야 할 듯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으며 “우리끼리 얘긴데…”는 휴대폰이 듣고 기록을 남기는 시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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