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으로, 소녀로 살아간다는 것

2024. 10. 1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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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할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2억3000만명 이상의 여성이 겪은 할례는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악질적인 풍습이다.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이자 유엔 특별인권대사인 와리스 디리는 저서 '사막의 꽃'에서 직접 경험한 여성할례의 심각성을 역설하고 있다.

참가자 중 한 소녀의 아버지는 여성할례를 시켜야 한다는 주변의 암묵적 시선 때문에 아이가 시술을 받은 것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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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여성할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2억3000만명 이상의 여성이 겪은 할례는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악질적인 풍습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에서 이뤄지는 여성할례는 관습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생식기 일부를 도려내거나 꿰매는 행위다. 14세 이전에 이뤄져 여성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가정이나 주술사들이 비위생적 환경에서 행해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이 지역에서 소녀로 산다는 것은 특별한 고통을 안고 사는 것이다.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이자 유엔 특별인권대사인 와리스 디리는 저서 ‘사막의 꽃’에서 직접 경험한 여성할례의 심각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소변을 한번 보려면 15분이 걸리는 고통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마사이족이 사는 케냐 카지아도 지역에서 굿네이버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기초 보건사업을 시작했다. 보건소 출산 장부에는 여성할례를 받은 산모가 체크돼 있다. 여성할례는 출산에 영향을 줘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달 다시 찾은 케냐에서는 특별한 행사도 열렸다. 보건 공무원과 주민, 굿네이버스, KOICA가 포럼을 열었다. 참가자 중 한 소녀의 아버지는 여성할례를 시켜야 한다는 주변의 암묵적 시선 때문에 아이가 시술을 받은 것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는 정부의 공식 정책이 있지만 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다. 마사이족은 대부분 기독교인이어서 지역교회와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뿌리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무속인을 대상으로 교육 및 인식개선 사업도 진행한다.

지난해 한국의 굿네이버스를 방문한 케냐 영부인 레이첼 루토 여사는 여성의 인권과 차별 문제에는 정부 이상으로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기구나 정부의 한계를 잘 아는 사람이다. 아무리 큰 재원을 마련해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주민과 호흡하고, 주민의 감정을 읽고 문화적으로 접근해 변화를 만드는 것은 민간단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것이다. 카지아도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주민들이 여성할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케냐의 다른 지역과 그 밖의 20여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으로, 소녀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험난하기만 하다.

10월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자아이의 날’이다. 굿네이버스는 ‘해외 여아지원 캠페인-소녀봄’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소녀들은 극단적인 차별 속에 수치심을 안고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는 여전히 수위 높은 차별과 학대가 존재한다. 세계시민으로서 이를 외면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제 선행이 아니라 의무 아닐까. 여성할례로 고통받는 600만 소녀들, 생리를 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소녀들, 고통스럽게 성적 학대나 피해를 받는 소녀들, 그리고 똑같은 고통을 딸들에게 물려주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들을 위하여.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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