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車中 不內顧, 不疾言, 不親指(차중 불내고 부질언 불친지)

2024. 10. 10. 00: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동승한 사람의 언행은 운전자에게 큰 영향을 준다. 차 안을 두리번거리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다급한 듯이 빠르게 말하면 운전자는 깜짝 놀라고, 저기를 보라며 손가락질을 하면 한눈을 팔게 된다.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자동차보다 훨씬 속도가 느린 마차를 타고서도 공자는 뒤쪽을 돌아보거나, 빠르게 말하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등 산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부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 각별히 조심한 것이다. 당시 마차를 모는 일은 6예(藝) 중의 하나로 칠만큼 중요한 기술이자 예의였다. 공자는 승차 매너를 철저히 지킨 것이다.

顧:돌아볼 고, 疾:빠를 질, 親:몸소 친, 指:가리킬 지. 차 안에서는 두리번거리지도, 빠르게 말하지도, 손가락질도 안 했다. 35x72㎝.

혹자는 감옥과 병원을 도를 닦기 좋은 곳으로 여겼다는데 운전할 때도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운전을 태권도나 유도처럼 ‘운전도(運轉道)’라고 칭했으면 좋겠다. 운전은 분노도 삭이고 잡념도 떨치고 오직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도(道)’로 여김이 마땅한 것이다.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내 생명은 물론 남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니 의사보다도 더 신중히 해야 한다. 운전이 ‘운전도’를 닦는 수도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운전자든 동승자든 차 안에서는 두리번거림, 빠른 말, 손가락질 등 산만한 언행을 않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