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47) 자네 집에 술 익거든
2024. 10. 10. 00:12
자네 집에 술 익거든
김육(1580∼1658)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불러주오
초당(草堂)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옴세
백년 덧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병와가곡집
친구처럼 좋은 것이 있을까?
인생길에 비나 눈만 오겠는가? 술이 익을 때도 있고 꽃이 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친구야, 날 불러다오. 나도 좋은 일이 생기면 자넬 청할 터이니…. 그냥 만나자는 게 아닐세. 백 년 걱정 없을 일을 의논해 보세. 그러나 그것은 핑계일 뿐, 친구란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 시조를 지은 김육(金堉)은 삶의 부침이 많았다. 10대에 임진왜란을, 50대에 병자호란을 겪었다. 전쟁 통에 명문대가였던 가문이 몰락했고 부모도 일찍 잃었다.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살다가 늦은 나이에 벼슬에 오른 후 인생 후반은 전란으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데 바쳤다. 양반 지주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탈 많은 공물을 토지 소유의 많고 적음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대동법을 통과시켰다.
나이 먹음의 고통 가운데 하나는 먼저 떠나는 친구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도 연전에 가까운 친구를 잃었고, 지방에 있는 친구의 병세가 무겁다는 전갈을 받고 있다. 친구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까?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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