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날씨가 ‘바꼈다’고요?
불과 얼마 전까지는 덥다고 아우성이었던 것 같은데, 날씨가 금세 얼굴을 바꿨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게 느껴지기까지 해 긴팔 옷에 겉옷까지 챙겨야 할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날씨가 하루아침에 가을 날씨로 바꼈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바뀌다’를 과거형으로 나타낼 때 이처럼 ‘바꼈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바르다. ‘바뀌었다’가 줄어들어 ‘바꼈다’가 된 것 같지만, ‘바뀌었다’는 줄일 수 없는 단어다.
‘바뀌었다’는 ‘바뀌다’에 과거를 만들어 주는 어미 ‘-었-’이 붙어 구성된 단어인데, ‘바뀌다’는 이미 ‘바꾸이다’의 준말로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바뀌다’가 줄어들 수 없으므로, 과거형 ‘바뀌었다’ 역시 줄일 수 없다.
한글맞춤법 준말 규정을 보면 모음끼리 만나 ‘ㅕ’로 바뀌는 경우는 ‘ㅣ’와 ‘ㅓ’가 결합할 때(‘견디어→견뎌’ ‘신기어→신겨’)다. ‘바뀌어’가 줄어들어 ‘바껴’가 되려면 모음 ‘ㅟ’와 ‘ㅓ’가 결합해 ‘ㅕ’가 돼야 하지만, 한글맞춤법 준말 규정에 따르면 ‘ㅟ’ 다음 ‘ㅓ’가 올 때 ‘ㅕ’로 줄어들 수 없다. 따라서 ‘바뀌다’의 어간 ‘바뀌-’에 ‘-어, -었-’을 결합하면 ‘바껴’ ‘바꼈다’와 같이 줄어들지 않고 ‘바뀌어’ ‘바뀌었다’가 된다.
이와 비슷하게 ‘할퀴다’ ‘사귀다’ 또한 ‘할켜/ 할켰다’ ‘사겨/ 사겼다’ 등처럼 활용해 쓰곤 하지만, ‘할퀴다’ ‘사귀다’ 역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할퀴어/ 할퀴었다’ ‘사귀어/ 사귀었다’로 활용해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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